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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Nov 01. 2022

반창고

이번 달도 월말을 어렵게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여는 순간, 아빠다 하는 동규의 발소리와 함께 나경이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동규가 나경이에게 냄비 뚜껑을 던져서 얼굴에 상처가 났던 것이었다.


나경이 얼굴에서 상처와 피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동규에게 큰 소리를 쳤다.


해맑게 내게 다가왔다가 큰 소리에 놀라서 울어버린 동규.


막상 살펴보니 심하진 않았지만 얼굴에 피가 났고 냄비 뚜껑을 던졌다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났다.


동규는 아빠 밉다고 방으로 들어가고 아내는 동규가 잘못했다고 했는데 왜 또 화를 내냐 하고.


나경이는 아프다고 울고 있고.


후우. 



우선 간단히 응급치료를 하고 내일 병원에 가는 것으로 일단락하고 나니 모처럼 일찍 와서 반갑게 뛰어온 동규에게 큰 소리로 화내고 울린 게 미안했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가니까 엄마 뒤에 숨어서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게 뭐야?"


"나경이 다친 데 붙여주려고."


그 작은 손으로 반창고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동규. 


"아빠가 소리쳐서 놀랐지? 미안해."


사과하자마자 쭈뼛거리던 동규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가 너무 놀랐어, 나경이 다친 것도 그렇고. 동규도 많이 놀랐지? 아빠가 미안해."


동규가 엄마 뒤에 숨어 한참을 더 울다가 내게 반창고를 내밀었다.


"나경이 붙여줘?"


"아니, 아빠. 아빠도 다쳤잖아." 


오늘 일하다 손에 베인 자국을 봤는지 조심히 내 앞에 와서 손에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한참 동안 동규를 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퉁퉁 부은 눈을 보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애 앞에서 울컥하는데 아내가 옆에서 말했다.


"애 앞에서 울지 말고 동규 마음만 달래줘."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고 동규 얘기를 들어줬다.


집안일을 정리하고 동규는 나랑 같이 옛날 얘기를 나누며 자고 나경이는 아내와 잤다.


동규는 남자끼리 잔다고 혼자 큭큭대며 말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사과할 일을 하지 말아야지, 매일 같이 방학숙제처럼 나에게 되뇌인다.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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