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난 혼자 지옥에 갇혀있었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흩뿌려진 복선과 장치들을 영화 한 편을 되돌려보며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짜 맞추고 결론을 내리려 노력했다.
정답은 나오지 않았고 미완성의 분석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해석이 안 되는 상황이라.
일요일 저녁 아내와 드디어 만났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마주한 자리에서 무척 피로감이 느껴졌다.
나 역시도 온갖 망상에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목이 쉬고 두통이 심했다.
우린 서로에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이야기 중에 우린 서로 지옥에 있음에 공감했고 그 말이 거짓말처럼 내게 위로가 되었다.
"그래, 이게 뭐라고."
난 차분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내가 이 상황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결론에 다다르자 아내의 말이 끝나고,
"다시 시작하자, 내가 정리할게."
할 수 있는 확신이 생겼다.
그녀는 자신이 바보 같다며 울기 시작했다.
난 다독여주지도 위로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휴지만 건네주었을 뿐.
갑자기 허기가 찾아왔다.
생각해 보니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못 먹었던 게 떠올랐다.
햄버거를 먹으려 하는 날 잡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라 했다.
못 이기는 척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고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지옥의 문을 열었다.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