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회사 운영도 내 개인적인 일도 우리 집 일도 바빴다.
장모님이 저녁마다 더부룩해서 밥을 안 먹는 날 보고 건강검진을 예약해 주셨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 갈 여유가 없었다.
새로운 매출처 확보와 단가협상 등이 밀려있었다.
그리고 어제 정리수순에 있는 와중에 장모님의 전화가 왔다.
병원예약해 놨으니 잠깐만 나와보라고.
입원.
안 아플 수가 없는데 어떻게 지냈냐고 의사가 묻는다.
둔감한가 봐요.라고 둘러댔다.
장모님은 연신 걱정이 되는데 맨날 일 한다고 사람 만나고 쉬지 않는다고 옆에서 의사 선생님 말을 보탠다.
의사 선생님도 다 안 좋은 일만 했다며 이번 기회에 쉬라고 하셨다.
다행이라며.
그래서 하루를 쉬었다. 하지만 큰 차도는 없는 듯한데 다음 주 화요일에나 퇴원 가능하다 하신다.
어휴.
막상 쉬라고 하셨지만 몸은 편한데 머리에 생각이 참 많아진다.
이제 막 수습이 끝난 직원이 갑자기 연봉협상을 전해왔다.
이유도 터무니없는 관리 부장의 권유.
이제 3개월 막 지났는데 왜 월권을 행사해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지.
뭔가 야속하고 서운하다.
나름 신경 쓰고 있다 생각했는데 원칙대로 해야 할 것 같다.
호의가 권리가 되고 상호 간의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것을 지켜볼 정도로 이젠 난 착한 콤플렉스의 사람이 아니다.
겨우 하루 쉬었는데 며칠간 더 쉰다면 아마 몸도 건강해지고 머리도 조금 냉정해질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거 다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회사랑 직원이 같이 성장하고자 백방으로 영업 다니고 작은 기업임에도 연봉과 별도로 식사비에 퇴근시간, 휴일도 늘려줬는데 후우.
진짜 야속하다.
내가 그릇이 작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젠 배보다 두통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