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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Apr 13. 2024

카사노바사진관(극줄거리)

아직도 꿈은 꾸고 있다.

그래서 또 쓴다.

수정에 수정.


카사노바사진관      


잘 찾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카사노바사진관의 간판.

그 허름한 곳에서 사진작가를 구인하고 있다.

내성적이면서도 수줍음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구인광고.

주인공 준석은 여러 군데 취업 준비에서 번번이 떨어졌다가 한 공원 벤츠에서 연애하는 커플들을 부러워하던 중에 발아래로 날려온 구인광고를 보게 된다.

“이거다.”

준석이 입사하려고 한 사진관의 문이 잠겨있었다.

“저 안녕하세요.”

“암호!”

“아 암호요?”

“구인.”

철컥. 

“예정에 없던 사람들이 하도 찾아와서 말이야.”

말쑥하게 입었지만 다소 특이할 정도로 특색 있는 옷을 입은 카사노바사진관의 작가 루이의 첫 모습이었다.

“나이 좋고, 얼굴 좋고, 자신감 없어 보여 더 좋고. 딱 좋네.”

“뭐 뭐가요?”

“자, 오늘부터 시작할까?

루이는 준석에게 사진촬영의 기본과 조명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여기 암실은 아, 진도가 너무 빠른가. 다음번에.”

쿵쿵 쿵쿵.

“루이, 루이!!!”

“조용해, 쉿.”

“루이, 사랑해, 왜 내 연락을 안 받는 거야, 루이! 너 까짓게 감히 나를 이렇게? 좋아, 너 내가 지구 끝까지 찾아갈 거야. 루이 사랑해. 내 사랑받아줘.”

정적 후 사라짐. 

“아휴, 피곤해.”

“어쨌든 사진은 말이야, 사랑을 담아야 해, 그래야 사진이 살아나거든. 에스프레스 한 잔의 낭만이 곧 사진이기도 하지. 후."


다음날 청소하고 있는 준석, 전화가 온다.

“저 예약 좀 당겨주시면 안 되여? 사진 변경해야 하는데.”

“누구실까요?”

“태연이요, 작가님 맞으세요?”

“아, 아뇨. 전 보조작가인데 지금 작가님 안 계시는데 메모 남겨드릴게요.”

“꼭 좀 제발, 부탁한다고 전해주세요. 곧 앨범사진 찍어야 해서요. 앨범 스케줄도 작가님 일정에 맞추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요.”

“네, 알겠습니다.” 

‘뭐, 뭐야? 태연?’


다시 전화 온다.

“여보세요?”

“형, 우리 애들 언제 찍어줄 거야? 데뷔해야 하는데.”

“누구? 저는 보조작가입니다. 어떻게 메모 남겨드릴까요?”

“방시혁이라고 메모 남겨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띠띠띠띠

“작가님, 지금 태연하고 방시혁사장님하고.”

“또 일정 당겨달래지? 됐어, 내버려두어. 오늘 예약자는?”

“김순자 여사님이십니다.”

“세팅해. 마인드컨트롤 하고 있을 테니까.”

의자에 앉아서 사색에 잠기는 루이

3시가 되자 문을 두들기는 소리.

“암호!”

“청춘은 70부터.”

준석이 문을 열어주고 김순자 여사가 들어온다.

“오빠.”

일흔이 훌쩍 넘은 여사님이 루이에게 오빠라 부른다.

“그래,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옛날 모습이 아직도 있네.”

김여사의 머릿결을 손으로 매만지는 루이, 순자의 표정이 환하게 변한다.

“쌍화차 하고 누룽지 사탕 준비해 줘.”

“어쩜, 내 취향을 아직도 기억해?”

“자자, 이리 앉아. 오늘 치마, 너무 섹시한데. 사진만 찍고 가긴 아쉬워.”

“그럼 사진 찍고.”

“자, 찍는다. 하나 둘 셋. 조금 아쉽다, 조금 더 신나게. 야호! 소리 지른다 생각하고. 다시 한번 야호! 소리 지른다. 다시 한번!”

갑자기 루이 티셔츠를 찢는다.

“어머!”

“좋았어!”

김여사 의자에서 내려와 루이 가슴을 만지려고 한다.

루이 정중하게 손을 막는다.

“김여사 님, 촬영 수고하셨습니다. 멋진 영정사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결제는 저쪽으로.”

“아잉, 오빠 아쉬워, 같이 저녁 먹자.”

“흠흠, 여사님, 제가 아시겠지만 촬영이 끝나면 그 감성이 감정이 디렉션되지가 않아서 그건 좀 디피컬트합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응, 알겠어.”

결제하고 나서는 김여사. 

커피 한 잔 내려마시는 루이, 

“사랑은 외로워. 이제 떠나야 할 것 같다.”

사진관을 정리하는 루이의 모습에 놀라는 준석.

“난 이제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다, 돈도 지겹고 사랑도 힘들고.”

“그럼 여기는?”

“네가 맡아서 해, 저 금고 안에 든 내 작업일지 보면서 공부하면 너도 할 수 있어. 참, 인수할 생각은 있지?”

“인 인수요? 이렇게 갑자기?”

“인생은 다 순간이야, 이 기회를 잡냐 못 잡냐는 네가 잘 판단해.”

“루이! 루이! 이 나쁜 새끼, 너 진짜 나 피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창문으로 넘어가는 루이.

“잘 생각해 봐. 그리고 오늘 촬영은 네가 직접 해보고, 할 수 있지?”

“어? 제 제가요?”

“고객은 네가 누군지 몰라, 나인지 너인지 그 누구도.”

“루이! 루이!”

“나 간다.”

그런 준석은 손님으로 온 미선의 사진요청서를 읽고 루이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반말과 영어, 그리고 제스처까지.

자신이 찍은 미선의 사진이 마음에 든 준석은 사진관 인수를 결심하고 루이와 매매계약서를 작성한다. 

"김춘배? 루이?"

"이름이 뭐가 중요해, 지금의 내가 중요하지."

그리고 그 때 주연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루이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선다. 

“사랑도 인생도 자유롭게. 가면아, 안녕~”

준석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뒤늦게 금고로 향해서 읽어보는 루이의 작업일지

노트의 제목은 작업일지인데 모태솔로의 연애성공담이 적혀있다. 사진은 연애의 도구라며.

저자는 루이. 

사진관 인수를 위한 사기임을 깨닫게 된 준석은 좌절하나 사진을 찾으러 온 미선을 보고 마음을 추스르며 사실대로 고백한다. 

난 루이가 아닌 준석이라고. 그러자 미선도 자신은 고객이 아니라 루이의 알바였음을 말한다. 하지만 마음은 진심이었다는 미선과 티 없이 아름다운 미선을 찍은 준석의 사진.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말한다.  

“좋아, 시작해 보는 거야, 연애도 사진도!”

카사노바사진관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사진에 사랑을 담다.” 


(암연)


바닥에 떨어진 구인광고 포스터 한 장을 손에 든 남자

"작가이름이 루이? 한 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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