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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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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부자
Dec 8. 2024
핸드폰이 꺼졌다.
오랜 시간 큰 소리로 외치다 보니, 함께하다 보니 핸드폰이 꺼졌다.
집에 가야 하는 시간에 차편을 검색해야 하는데 핸드폰이 꺼졌다.
핸드폰 없을 때도 왔었던 그 자리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는 내가 무척 낯설었다.
지금의 상황도 낯설고 핸드폰이 꺼진 상태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집으로 가는 길도 낯설다.
간선 버스로 통해 집으로 왔다.
익숙했던, 추억이 깃든 정류장 이름 하나하나에 의지에 돌아오고 나니 근 3시간이 걸렸다.
핸드폰은 계속 꺼져있었고 난 참 많은 것을 보았던 것 같다.
스무 살 때 늘 그녀를 만나러 왔던 버스와 길가를 강산이 변한 지금 모처럼 다시 보게 되었고 변하지 않은 건 정류장 이름과 버스 번호.
새삼 놀랍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핸드폰이 꺼졌기에 세상이 다 멈추지 않았을까 하는 내심 걱정과 불안이 울렁거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의 네온사인에 흘려 스치듯 지나갔다.
핸드폰이 꺼진 것처럼 나라의 정치도 꺼졌다.
오늘 비록 꺼져버린 희망일지라도 내일 다시 켜질 핸드폰처럼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핸드폰은 꺼져도 희망의 촛불은 켜질 것이다.
오늘의 이 자리는 내게 참 많은 걸 일깨워준다.
투표도, 사랑도, 추억도, 지금 이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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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면 부자가 될 줄 알았는데... 꿈이라도 부자해야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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