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만 모르는 산.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의 산.
아들이 알려준 길을 따라갔지만 정확히 이해 못 해 엉뚱한 길에 들어섰다 다시 돌아왔다.
덕분에 용화사라는 절에서 기도를 하고 다시 내려왔다.
그제야 아들이 말해준 등산로를 찾았다.
여러 차례 등하교를 하며 종종 얘기하던 산이라 꼭 한 번 가야지 했는데 모처럼 쉬는 날이라 큰맘 먹고 산에 올랐다.
가팔랐지만 짧은 등산 코스에 쉽게 정상에 다다랐다.
한숨을 돌리고 카톡을 열자 오늘 생일인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평소처럼 카톡을 보내고 나서 수원둘레길을 걸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져온 것을 잊을 정도로 산새의 소리가 좋았다.
한참을 걷다 거래처 사장님의 부친상 연락이 왔다.
잠시나마 오늘 오후 일정을 고민한 끝에 동규 하교를 늦추더라도 다녀와야겠단 생각에 회사로 향했다.
등산복에서 정장으로 환복하고 잠시나마 해야 할 일을 한 후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었을까 홀에 사람은 한가했고 덕분에 상주와 오랜 시간을 얘기 나눌 수 있었다.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지만 일적인 얘기만 했던 터라 상호 간에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물었다.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사실 장례식장에 혼자 간 적은 거의 없었다.
가도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갔었는데 오늘은 스스로 가야 할 것만 같았고 가서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안 가본 산을 다녀온 탓이었을까?
진짜 홀로서기가 시작되서일까?
점점 모르는 길을 혼자 가는 길이 늘었다.
난 아직도 어린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