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적긁적
난 청소를 할 때면 이유를 만들곤 한다.
편히 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자 또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등
그 이유라는 건 별다를 게 없지만 꼭 그 이유를 만들어야 지금 즉시 청소를 해야 할 의무감이 샘솟는다.
청소라는 게 미루면 미룬 대로 지낼 수는 있다.
하지만 방이든 거실이든 책상이든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에 툭툭 걸리는 부분들이 보이곤 한다.
은연중에 이를 회피하지만 그건 그때뿐, 다시 같은 상황에 돌아오면 갈등하기 시작한다.
저 하나를 치우려면 그 주변의 것도 같이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유를 붙인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결과적으론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갖기 위해서.
그렇게 오늘도 청소를 하게 됐다.
시작은 저녁을 먹고 난 설거지 정도였지만 싱크대와 전자레인지, 부엌 바닥의 분유 자국 등등이 눈에 띄었다.
청소의 범위에 대해 찰나의 고민이 시작될 즈음 "아내를 위한 청소 이벤트"란 이유로 부엌을 비롯해 거실, 화장실까지 다 청소를 끝마쳤다.
아내는 자고 아이도 잔다.
퇴근 전과 다르게 바뀐 우리 집.
청소의 홀가분함을 새삼 느끼며 하루를 정리한다.
어지러운 내 방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