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적긁적
글을 끊었다.
아니 글을 피했다.
요 며칠간 집에 와도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았다.
시간은 있었고 쓸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 글을 쓰지 않았고 컴퓨터를 켜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가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불과 며칠 동안이었지만 내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그래서 글감이 떠올라도 글을 쓰지 않고 아내와 지난 하루를 돌이켜보거나 아이를 재우는 등 육아에 전념했다.
결과는 "그냥 그랬다."
글을 꼭 써야 한다는 압박감도 사실 크지 않았던 것 같고,
또 안 쓰자니 허전함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분명히 쓰고자 하는 글을 안 쓰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며칠 동안 생활해보니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글이었고 생활이었던 듯하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나 똑같은 스물네 시간.
과연 나는 지금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부품대리점?
카드 뉴스?
공모전?
육아?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지금, 난 회피하는 연습을 한다.
글이 아닌 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욕심에 대한 회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