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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Jul 03. 2020

골든 브라운 돈가스

돈가스가 표준어이다.

 돈가스 먹자고 꼬셔 포경수술을 시켰다는 장난스러운 농담이 있을 정도로 어릴 적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돈가스였다.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달달한 소스의 조합은 애 입맛의 정석이다. 어린아이에게는 한식 대부분이 맵고, 된장 등 지독한 냄새가 나거나 채소를 많이 먹이기 위해 볶음밥 등에 골라낼 수 없도록 잘게 자르는 꼼수를 부린 음식이 대부분인데 돈가스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없이 안정적으로 고기만 먹을 수 있다.      


 그중 두툼한 일본식 돈가스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소고기 등심을 통으로 튀겨주는 신사동 소재의 노포 집이 최애 돈가스 맛집이다. 비프도 아닌 비후까스로 적혀있는데 가격이 비싼 편으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여기 돈가스랑 생맥주 한잔이 땡기는 날이 있다. 입안 가득 까실까실한 튀김옷과 씹는 순간 바사삭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특히, 소고기 특유의 섬세한 조직감과 달달한 데미그라스 소스와 겨자소스의 알싸한 맛이 코를 찌르면 생맥주 한 모금을 마신다. 골든 브라운으로 튀겨진 빵가루의 자태와 고기의 식감이 온전히 느껴져 그 가격이 아깝지 않다.     

(신사동 소재의 노포집에서 먹은 비후까스, 가격은 17,000원이다. )

 이 친숙한 돈가스는 이제 돈가스 김밥이나 카레 돈가스를 넘어 막국수와도 같이 먹는 음식이 되었다. 몬가 요리에 고기가 부족하면 돈가스 하나 튀겨 올려주면 웬만한 남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 같다. 그중 해장으로 가끔은 돈가스 전골을 시켜먹는데 주변 친구들은 돈가스 전골을 물 돈가스라고 부르면서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튀김옷이 이미 전골 육수에 젖어있는 비주얼을 보면서, 물에 빠뜨릴 거면 모하러 튀기냐는 말을 듣는다. 바삭한 느낌은 없지만 육수로 인해 촉촉해지고 고기 안쪽까지 간이 밴 돈가스를 한입 먹고 육수에 절여진 양파가 딸려오는 이 느낌이 좋다. 육수는 맑으나 튀김 때문에 기름져 해장이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가톨릭의 수도자들이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금요일날 고기를 튀김 반죽에 가려서 먹는 것이 유래라는 돈가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미국 흑인의 소울푸드라는 치킨은 백인들이 안 먹는 닭 부위를 튀겨 먹는 데에서 유래했으며, 영국의 피시앤 칩스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튀김은 재료를 튀김옷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에 자투리 부위를 뭉쳐서 만들거나 비선호 부위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분식집, 학식 등 주머니 사정이 곤궁한 사람들에게 돈가스는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고기를 나이프로 썰어 먹기까지 하니까 이보다 좋은 한 끼는 없다. (세종대학교 학식 하면 소금구이가 제일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세종대 학식은 돈가스 맛집이다. 분명 제품 돈가스이나 기가 막히게 잘 튀겨져 있다.)      


사족

“정부 언론 외래어 심의공동위원회 제7차 회의(1995.05.11)에서 '돈가스'로 쓰도록 정하였으나 ‘돈까스’가 도적으로 많아 구글에서 돈가스라고 치면 돈까스로 변환된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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