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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Jul 08. 2020

칼국수 보단 수제비

단맛이 나는 여름 겉절이는 필수다.

무덥던 여름도 장마 소식이 들려오면서 잠깐 서늘해지면 수제비가 생각난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지만, 더위에 지쳐 기력이 쇠해지고 하루새 바뀐 기온에 적응을 못하면, 얄짤없이 감기에 걸릴 느낌이 온다. 그런 날이면 몸이 따뜻해지는 수제비를 먹는다. 매끄럽고 뭉툭한 반죽의 수제비는 칼국수는 흉내 내지 못할 씹는 즐거움이 있다. 더위에 지쳐 뜨거운 밥은 싫고 면도 너무 많이 먹은 날 수제비의 새로운 식감만큼 즐거운 게 없다. 멸치 육수의 깊은 맛과 감자, 애호박, 양파, 바지락이 내는 깔끔한 맛은 가히 비 오는 날 전 다음으로 생각날만한 음식이다.     

(회사 근처 좋아하는 수제비 식당이 있다면 축복이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날이 시원해지고 후두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바지가 젖는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일 비가 온다고 하면 미리 우산을 펴보면서 비 오는 날을 즐길 준비를 한다.      



수제비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반죽을 만들고 떼어내는 과정에서 손이 즐거운 것도 한몫한다. 어렸을 적 엄마를 도와 수제비를 만든 적이 많은데, 요즘도 쉬는 날 가끔 수제비를 만든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어서 야매에 가깝지만, 밀가루 반죽에 막걸리를 조금 부어 반죽을 만들고 따뜻한 곳에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둔다. (집에 이스트가 없어 막걸리 안의 효모를 이용했다.) 그리고 멸치 육수 국물에 애호박, 감자 등의 채소를 넣고 바지락 등 해산물을 넣는데 집에 해산물이 없는 날이면 게맛살이라도 넣었다. 이렇게 만든 수제비를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먹으면 내가 삼시세끼를 찍고 있다는 행복한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특별한 미션 없이 하루 세끼 밥해먹는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인 삼시세끼는 우리도 할 수 있다.      

(서울역 근처에서 자취하던 시절 만든 칼제비)

 마트에 있는 수제비 반죽을 사다가 만드는 것이 아닌 직접 반죽을 만들어 먹는 것이 재미있으나, 한 가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은 겉절이다. 수제비집에는 항상 아삭하고 배추의 단맛이 느껴지면서 양념의 새콤하고 매운맛이 느껴지는 겉절이를 같이 먹는다. 여름에 수제비가 생각나는 이유 중에는 아마도 이맘때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의 단맛을 좋아하는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김치의 잎사귀보다 줄기 부분을 좋아한다. 그리고 너무 익은 김치보다 아삭하고 씹는 순간 결대로 찍어지면서 결과 결 사이에서 나오는 채즙의 단맛을 좋아한다. 겉절이가 있다면 다른 반찬을 필요 없이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데 탄수화물 덩어리인 수제비와 궁합이 좋다.  

   

(여름 배추로 만든 겉절이)

소화에 효능이 있는 배추는 옛날부터 한국의 밥상에 빠지지 않고 있던 채소이다. 보통은 가을에 재배하여 겉잎은 말려서 우거지로 속잎은 쌈으로 먹을 만큼 버릴 게 없다. 뭇국, 콩나물국과 함께 국물요리에 채소의 이름이 들어갈 만큼 국물요리에도 좋으며, 배춧잎 한 장을 툭 떼어내 둥근 잎 부분을 손으로 툭툭 쳐 평평하게 만들어 배추전을 해 먹어도 맛있다. 배추는 한식에서 쓰임새가 많다. 배추가 쓰임새가 많은 이유에는 아마도 생육기간이 짧고 말려 먹을 수 있어 먹을 게 없을 때 요기로 때우기 좋은 식재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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