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맑은 사람이 있다.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힘들 때 이 친구를 만나서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겠다고 꼬셔 부른 적이 있다. 이 친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만나 본적인 없는 신기한 사람이었다.
인생 5회 차인 듯 모든 고민을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민을 들어주었다. 그와 비슷한 일을 해 본 적도 없었을 텐데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아주 어린아이와도 말이 잘 통할 사람이었다. 밤새 술을 먹다가 참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라는 말이었다. 내가 사업을 할 때 우리 엄마가 사훈으로 써주었던 남의 고통 위해 나의 성공을 쌓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한 말이었다. 세상에 고통은 혼자 짊어진듯한 우리 엄마가 하는 말을 하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그 순수한 마음에 내주다가 받은 상처가 보이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은 큰 나무 같은 사람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어른일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좁은 내 속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니 말이다. 내가 제주도에서 받은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얼마나 있다가 갈 것인가 이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마음을 주고 지낸 사람이 떠나면서 겪게 되는 상실감 때문에 이 섬사람들은 쉽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한 3년은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 3년을 살지 30년을 살지 3개월을 살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 친구는 만난 사람이 잘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력과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준다는 게 느껴져서 좋다. 내가 사주를 공부한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인생에는 고난이 있고 치고 올라오는 시기가 있다. 사주는 시간의 학문이고 하루가 어둡고 추운 시기가 있고 따뜻하고 빛나는 시기가 찾아온다. 궁하면 찾아오고 빛나면 자만하기에 인생에 흥망성쇠가 모두 찾아온다. 그러기에 망했다고 천대하기보다는 응원해 주는 바른 인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내 멋대로 살다가 중학교 때부터 알던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가 다시 만났을 때였다. 그 친구는 내가 그 친구가 소원해졌던 그날의 일에 내가 감정을 기억하지 않고 그날의 일은 미안하다고 말한 모습에서 나의 대인배적인 모습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는 사람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지수함수처럼 내뱉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는 먼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편이지만 생각해 보면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준 사랑에 호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는 모 없냐는 불편한 감정을 눈치 보지 않고 들어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해 주면서 네가 상처를 많이 받았구나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진짜 좋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오늘 읽은 책에서 느낀 감정을 고백하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어느 날 제주도에서 만난 독자는 자신이 생각한 제주도가 아니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15분가량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다가 말했다. 왜 제주도가 당신이 생각한 모습이어야 하나요?, 당신은 제주도가 당신이 생각하는 모습인지 확인하려고 오셨나요?? 그 말에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다. 나는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는가? 내가 원하는 모습이길 확인하려고 들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단계인 개안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날이었다. 아마도 나에게 상처가 많아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리거나 믿어 줄 만큼의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나의 생각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
- 추적추적 비가 와서 명란젓 구이를 맛있게 만들어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맛있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마무리한 제주도에서 푸르게 빛나는 내 청춘의 어느 날 이 글을 씀 2024.05.26 짱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