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온라인 작가와의 만남

고정욱 작가와의 만남

by 세둥맘

얼마 전 브런치를 통해 출판을 위한 스터디를 제안받아 참가하고 있다.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 차에 접어들었다. 3주 차의 미션은 작가와의 만남이다. 고정욱 작가를 줌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동시에 줌을 통해 스터디 회원들과도 만날 수가 있게 되었다. 온라인 댓글로만 인사를 나누던 회원들의 얼굴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 얼굴이 공개되는 것에 쑥스럽기도 하였다. 고정욱 작가와의 만남은 원래 한 시간 예정이었는데 작가님의 열정으로 두 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2주 전에 고정욱 작가의 세바시 유튜브 영상을 미리 받아서 시청했다. 작가님은 달변이신 데다 타고난 연설가셨다. 청중들을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마음대로 가지고 노셨다. 내가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시작하는 자뻑류의 농담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장애를 딛고 300권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십오 분의 짧은 시간 동안 감동적으로 전해주셨다. 두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불구자가 된 절망감과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고등학교까지 쭉 개근상을 탄 사연, 의대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당하고 국문과에 입학한 사연, 거기다 미스코리아 뺨치는 예쁜 아내와 결혼하고 세 자매를 둔 다복한 가정을 이룬 사연, 그리고 300권의 저서를 쓴 사연! 두 다리가 없는 일급 장애인인 나도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말에는 감동의 눈물이 핑 돌았다.


http://www.youtube.com/watch?v=evTUkTbOH6s


스터디는 고정욱 작가에게 궁금한 질문을 미리 적어 내고 그 질문들에 작가님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작가님은 두 시간 동안 어디 가서도 못 들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글쓰기 팁들을 마구마구 알려주셨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좋은 작가가 되려면 보름에 한 번은 대형 서점에 갈 것을 권하셨다. 서점에 가서 요즘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는 어떤 책들이 있는지도 훑어보고 그 책들의 제목은 어떻게 잡았는지 책의 디자인은 어떻게 꾸몄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책과 글쓰기에 대한 감각과 트렌드를 익히는데 이만큼 좋은 팁이 없을 것 같다.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책들을 접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몸으로 뛰어야 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


또 항상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하셨다. 무조건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록하라고 하셨다. 좋은 예로 '빨간 머리 앤'을 쓴 작가를 지명하셨다. 그도 메모광이었는데 어릴 때 쓴 한 줄 메모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남자아이를 입양했는데 빨간 머리의 여자아이가 온다면' 이 한 줄의 메모를 시작으로 대작을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메모의 중요성은 웬만한 글쓰기 관련 서적에서도 모두 강조하는 사항이다. 생각나면 바로 기록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나도 항상 수시로 느끼는 바이다.


글감을 정할 때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데서 찾으라고 하셨다. 나 같은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교육,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동화 쓰기를 하고 아나운서가 직업인 사람은 아나운서 관련 일을 쓰라고 하셨다. 엉뚱한 데서 헤매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부분에서 글감과 글 주제를 찾으라고 하셨다.


글쓰기에 관한 꿀팁도 알려주셨다. 좋은 글은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나아가면서 공감을 주는 글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즉 나의 경험과 같은 특수성에서 시작해서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보편적인 진리로 나아갈 때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특수성에서 보편성을 찾는 것은 작가 고유의 시선과 견해로 그 특수한 경험을 해석해내는 것이리라.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글을 좀 써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작가 고유의 시선과 견해를 기르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 한 편의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호수 위의 백조처럼 물밑에서는 쉴 새 없는 자맥질이 필요하다. 이것이 글쓰기의 어려움이다.


내가 질문한 것 중에 글 쓸 때 인용구를 어떻게 정리해서 인용하는가에 관한 답도 주셨다. 첫 번째는 인터넷 명언과 격언 모음에서 필요한 용어를 검색해서 쓰면 된다. 두 번째는 수첩에 항상 메모해뒀다가 찾아서 적는 방법이다. 이때 책 제목과 저자 정도는 같이 기록해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글을 사진으로 찍으면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앱도 알려주셔서 바로 스마트폰에 깔았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반드시 SNS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블로그, 카카오 스트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하라고 하셨다. 어디에서 독자가 걸려(?)들 줄 모르기 때문에 문어발 작전으로 자신의 글과 책을 홍보해야 한다고 하셨다. 과거에는 종이 신문 광고 지면을 통해 책을 홍보했지만 요즘같이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에서는 책을 홍보할 판로가 막혀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 자신이 스스로 여러 SNS 계정을 통해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다. 나처럼 나서기 싫어하고 수줍음 많은 사람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오늘 바로 사라졌던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들고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바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글 잘 읽었다고. 새로운 독자가 또 한 명 생길 예정이다. ^^ 같이 스터디를 하는 출판사 에디터인 회원의 답글이 인상적이다. "출판사가 책을 홍보하는 것은 광고이지만, 작가가 책을 홍보하는 것은 스토리다."


고정욱 작가와의 만남의 두 시간은 작가님의 열정적인 강의에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요즘 내가 가져본 시간 중 가장 값진 두 시간이었다. 몇십 년 동안 글쓰기를 연마해온 고수의 아우라가 번뜩이는 시간이었다. 이제 작가로서 겨우 첫발을 떼어보려는 나에게는 쏟아지는 금쪽같은 글쓰기 팁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복권처럼 쏟아지는 팁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들으면서도 막막하였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들을 사람의 그릇만큼만 수용된다는 진리가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나는 아직 고수의 아우라를 담기에는 깜량이 안 되었던 것일까? 글쓰기라는 최전선에 뛰어들고만 나는 왠지 두렵다. 내가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슬아 작가의 말이 갑자기 스쳐 지나간다. 매일 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래, 매일 쓰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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