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도 그냥 견딘다

by 세둥맘

1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잘 생기고 똑똑하고 씩씩한 남자아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평상시에는 행동도 바르고 모범적인 아이였는데 친구들과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하듯, 어제 본 티브이 드라마 이야기하듯 신나게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쾅하고 차가 부딪혀서 말이야....."


얼마 후 단아하고 고운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그 남자아이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안 하시고 내 앞에서 우시기만 하셨다. 속사정을 아는 나도 할머니를 따라 같이 울었다. 한 학기가 지난 후 그 아이의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고 아이는 먼 곳으로 전학을 갔다.


내가 1학년 때였다. 스산한 3월이 갓 지나고 4월 초였다. 학교 선생님들이 나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싸고 있었다. 선생님들 중 몇 명은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나를 가만히 안아주셨다. 그리고는 나는 정든 시골 학교를 떠나 도시로 전학을 갔다. 가면서 버스 창가에 이렇게 썼다.

"나 꼭 다시 돌아온다!"


나랑 같은 시골 학교의 선생님이었던 엄마는 갑작스럽게 복막염으로 돌아가셨다. 아빠는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고 있는 여덟 살짜리 나와 여섯 살짜리 남동생에게 하얀 리본을 달아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울면 안 된다! 울지 마라!"

그때부터 나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소리 내서 울어 본 적도 없다. 대신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남몰래 울음을 삼켰다.


나는 그 남자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혼자서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을 몰래몰래 삼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씩한 척 센 척을 한다. 마치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은 가슴에 묻어 두고 산다. 너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말로 보고 싶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보고 싶다고 다 보고 살지 못하고, 만나고 싶다고 다 만나고 살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그냥 견디는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 만나고 싶은 마음을 켜켜이 마음 한 구석에 쌓으면서! 그냥 견디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언택트 시대 온라인 작가와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