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추석이 다 오네~~

by 세둥맘

어렸을 때는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이 오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까치까치 설날은~~ 노래처럼 예쁜 새 옷을 입고 성묘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신나는 날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부터 명절이 돌아오면 며칠 전부터 가슴이 갑갑해왔다. 시어른들이 나에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신혼때처럼 독박 전 부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지난주에는 공문이 내려왔다. '추석 연휴 방역 지침 강화'라는 제목의 공문이었다. 요약하면 추석 귀성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얼씨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한 술 더 떠서 요즘 티브이를 틀면 공익광고로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귀성은 자제하고, 벌초도 대행사를 통해 하고 성묘도 온라인으로 하자는 캠페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82421


오늘자 뉴스에도 귀성길 자제를 홍보하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문구를 소개해준다.

"며늘아,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

"아범아! 이번 추석엔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마음만 보내렴!"

"불효자는 옵니다!"


어제 남편이 추석에 내려갈지 말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공문에도 내려가지 말라고 하고, 저렇게 티브이에서도 내려가지 말라는데..."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이야!"

보수적이고 고집불통인 남편은 티브이와 뉴스에서 떠드는 소리가 다 남의 집 개가 짖는 소리로 들리나 보다.

"나는 못 가겠어! 공문도 내려왔고!"

평상시 같으면 씩씩거릴 남편도 이번에는 사태가 사태인지라 아무 말 않는다. 내가 안 내려간다고 하니 애들도 줄줄이 안 내려간단다.

"내려가면 할아버지가 돈 주신대!"

아빠가 아무리 꼬셔도 애들은 묵묵부답이다.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꼰대 막내가 공익광고를 다운로드하여 아빠에게 보낸다. '추석 명절은 화상 통화로 정을 나누세요!'


오늘 행정실 주무관도 공문서 관련 연수자료를 보내면서 귀엽게 멘트를 날린다.

"저 올해는 시댁 안 내려가요! ^^"

나도 답장을 날렸다.

"저도 안 내려간답니다. ^^"

"야호~~~~~~ 너무 좋네요 ㅋㅋㅋㅋㅋ"

며느리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명절 증후군은 여성만의 스트레스다. 2018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 조사를 보면 시민 1170명 가운데 절반 이상(53.3%)은 명절 때 겪는 성차별 사례 1위로 여성만의 상차림 등을 시키는 ‘가사 분담’을 꼽았다. 통계청의 2019년 생활시간 조사에서 가사분담 만족도를 보면 ‘불만족(약간 불만족+매우 불만족)’ 비율이 남자는 3.5%, 여자는 11.7%이다. 맞벌이 부부는 남자 3.6%, 여자 14.6%이다. 여자의 불만이 훨씬 높다. 이런 영향인지 부부 갈등도 명절을 전후해 증폭된다. 대법원의 최근 3년간(2017~2019년) 전국 법원 협의이혼 월별 신청 건수를 분석한 결과 6번의 설‧추석이 있는 달보다 그다음 달에 모두 이혼 신청이 늘었다. 올해는 이런 경향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출처: 중앙일보] 살다 살다 이런 추석은 처음…"코로나 핑계 대는 아내 얄밉다"

남자들은 모르는 명절증후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며느리들은 다 공감하는 명절증후군! 그래도 시대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요즘엔 제사를 안 지내는 집들도 많고, 남자들도 같이 가사분담을 하는 집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여자만 부엌에서 열심히 일하고 남자들은 티브이만 보는 그런 상황이 내 세대에서 끝났으면 한다.



사진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55&aid=000084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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