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보다 배우 김혜자처럼!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하여

by 세둥맘

나도 이제 나이가 오십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평상시는 내가 나이 든 줄을 잘 모르고 지내다 나와 동년배들을 만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웬 초로의 할줌마(할머니와 아줌마의 합성어)나 할저씨(할아버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들이 내 앞에 있는 것이다. 친구가 늙는 것을 보고 내가 늙는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다. 평상시에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친구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늙어감을 실감한다.


나는 나름 동안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지성피부라 여드름으로 꽤나 고생을 했는데 나이가 드니 다 없어지고 주름도 잘 생기지 않는다. 머리카락도 어릴 때부터 숯검댕이 같다. 칠흑 같다.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지금은 흰머리가 다섯 손가락으로 셀 정도밖에 없다. 머리가 검고 주름도 별로 없으니 나름 젊어 보인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런 나의 자만심(?)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대학동창을 오랜만에 만났다.

"야, 너는 고대로다. 얼굴에 연륜만 좀 붙었지 대학교 때나 똑같다. 너는 60이 넘어도 똑같을 거 같다!"

나는 고맙다고 해야 할지. 너의 눈이 잘못되었다. 나도 많이 늙었다고 답해야 할지 몰라 애매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면서 어디가 그렇게 젊어 보이나 한참을 거울과 씨름을 한 기억이 난다.


나의 이런 자만심에 상처를 준 사건이 일어났다. 성당 성가대에 새로운 단원이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는데 나보고 대뜸 '언니~~'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은 많아 보이는데 언니라니? 속으로 기분 나빴지만 내색은 안 하고 '네, 자매님!' 하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얼마 후에 그 신입단원과 내가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다. 나는 나름 동안이라고 자부하는데 동갑에게 언니 소리를 듣다니! 내 생각만 그런 거지 나도 나이 들어 보이나? 그때부터 나도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요즘에는 동안이 대세다. 화장품도 동안 크림, 옷도 미씨 룩으로 젊어 보이려고 모든 사람들이 노력한다. 이것도 모자라 성형외과의 힘을 빌리는 것도 새삼스러울 것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외모만 젊게 가꾼다고 다 해결될까? 명작 만화 '피터팬'에서 피터팬이 웬디를 찾아갔을 때의 장면! 웬디는 이미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소년으로 남아있는 피터팬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헤어지고 만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늙지 않고 마냥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임을 잘 보여준다.


젊음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늙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듯하다. 가수 노사연의 노래 '바램'의 가사가 생각난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겁니다. 마음도 몸도 추하게 늙어가면서 꼰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숙하게 익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일에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 많은 나이를 내세우면서 대우받으려 하기보다는 너른 아량으로 젊은이들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고 이해하며 함께 섞이고자 노력하는 것! 이런 것이 익어가는 원숙함이 아닐까? 배우 김혜자가 생각난다. 77세의 나이로 배우 한지민과 함께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역을 훌륭하게 마친 뒤 백상예술대상을 받으며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말하였다. 영원한 동안인 피터팬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 김혜자처럼!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한 장면(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jsagan/221532783483)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것을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Te0jAE-S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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