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라디오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 소리에 심쿵했다. 잘 아는 대중가요 중의 한 곡이었는데 평상시 듣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모든 악기를 다 생략하고 오로지 기타 음률 하나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던 신파조의 곡이 갑자기 고 퀄리티의 클래식 음악으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음악도 힘을 빼니까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구나! 새삼 감동이 몰려오면서 아름다운 음악에 행복해졌다.
노래 경연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온 가수 양희은이 참가자에게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노래할 때 힘을 빼세요. 힘을 빼야 다른 사람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양희은의 노래 중 '백구'노래는 마치 이야기하듯이 한 편의 동화를 듣는 느낌이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슬픈 가사에 눈물이 난다.
무예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고수들은 힘을 빼고 마치 춤을 추듯이 동작을 이어나간다. 고수들이 하는 태극권을 보면 마치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전설적인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도 생각난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라!' 힘을 뺄 때 더욱 강력한 힘이 나오는 역설!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도 적용된다. 뭐든지 잘하려고 의욕이 넘치다 보면 일을 그르칠 경우가 많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평정심을 유지할 때 일이 더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힘든 일이 많을 때는 힘을 빼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200명대로 늘어나고 장장 50일이 넘는 장마에다가 이제는 폭염까지! 여기에 모두 반응하면서 예민하게 대하다 보면 지레 지치게 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즘이다. 이렇게 힘을 빼면서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둔감력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소설 '실낙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한 감정과 감각이라는 뜻의 '둔감(鈍感)'에 힘을 뜻하는 역(力) 자를 붙인 '둔감력(鈍感力)'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지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이태형 저, 103쪽)
이태형 작가는 둔감력과 회복적 탄력성이 묘하게 어감이 겹친다고 하였다. '회복적 탄력성'이란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 또는 스트레스와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 혹은 스트레스와 역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이전의 정상 기능 상태로 되돌아가는 능력이라고 심리학에서 정의한다. 즉 회복적 탄력성은 역경에 처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는 능력,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심리적, 정신적 상태로 되돌아오는 능력을 말한다(출처: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7457467943).
나라 안팎으로 힘든 일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적절하게 힘을 빼면서 둔감력을 발휘하여 회복적 탄력성을 길러야 할 때이다. 힘을 빼고 춤을 추듯이 나비처럼 유연하게 지금 이 시기를 빠져나가 볼까? 우선 어깨에 들어간 힘부터 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