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고집을 만든다?

by 세둥맘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심야식당'!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호평받는 영화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잔잔하면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영화였다. 나도 그런 심야식당 같은 단골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야식당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그 식당을 지키는 주인인 마스터이다. 단골손님들이 오면 맛있는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워주기도 하지만 툭툭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반겨주는 인사로 손님들의 마음의 허기도 채워준다.


3화는 오차즈케 시스터즈 이야기다. 세 명의 노처녀들은 심야식당에 오면 항상 같은 메뉴만 시킨다. 매실, 연어, 명란! 각자 항상 똑같은 메뉴만 주문한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남자 이야기만 한다. 그들은 모두 순애 주의자이다. 선이나 소개팅 같은 속물스러운 짓을 혐오한다. 자신에게 언젠가 다가올 순애보를 꿈꾸면서! 영화에선 말한다. 여자들에게 우정이 있을까? 남자가 있어서 안돼요! 결국 이들은 남자 문제로 갈갈이 찢어지고 만다. 그러다 다시 한 명씩 심야식당으로 찾아온다. 항상 매실만 주문하는 시스터가 와서는 역시 매실을 주문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드니 이상한 고집이 생겨요!"

마스터가 무심하게 툭 던진다.

"매실만 먹지 말고 한 번 바꿔봐요! 연어 어때요?"

"네, 좋아요!"

마스터는 툭 던지는 말로 다양하게 경험해보라고 한다. 꼭 매실 한 가지만 고집하지 말고! 왠지 이 대사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나는 어떤 고집을 가지고 있나 생각해보게 된다. 빵은 꼭 크림빵만 먹는다. 친구나 지인은 몇 명 만나는 사람만 만난다. 핸드폰을 잘 바꾸지 않는다.(사실 핸드폰 바꾸는 건 큰 스트레스이다.) 미용실은 한 곳을 십 년 가까이 단골로 다닌다. 샴푸도 같은 것만 쓴다. 자주 듣는 라디오 채널도 고정되어 있다. 주 거래 은행도 벌써 이십 년 가까이 한 은행만을 이용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드니 익숙한 것이 편안하다. 편안하니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은행을 예로 들면, 젊은 사람들은 이율과 혜택 등을 따져서 벌써 주거래 은행을 십 년도 전에 갈아탔는데 나는 아직도 여전히 한 은행을 고수하고 있다. 단지 귀찮아서. 익숙하니까. 인터넷 뱅킹부터 시작해서 바꾸려면 너무 힘드니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종합해보면 익숙한 것이 좋고, 새로운 것은 부담스럽다.


요즘은 보수와 진보로 흔히 양분하는 시대다. 보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과거의 것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진보는 과거의 구태의연함을 뜯어고치려는 혁명과 혁신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을 피하려는 보통 사람들은 흔히 중도라는 말에 숨는다.


젊은이들은 이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흔히 꼰대로 비유한다. 나이가 드니 점점 꼰대의 증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과거에 생긴 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왠지 불편하고 힘들다.


조금만 익숙한 것이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다 보면 금방 꼰대가 되어버린다. 매실 말고 연어를 도전하는 오차즈케 시스터즈처럼 나도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딸이 권하는 영화를 넷플릭스로 함께 봐야겠다. 딸아 영화 제목이 뭐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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