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버리는 여자

by 세둥맘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 살림 정리 정돈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정리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집을 나갈 때마다 하나씩 버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집이 깨끗해지면서 정리정돈이 된다고 했다. 이것을 본 후에는 집을 나설 때마다 버릴 것이 없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막내를 키워주시던 보모 할머니는 명랑하고 깔끔한 분이셨다. 내가 퇴근을 해와도 바로 집으로 가시지 않고 설거지랑 뒷정리까지 다해주고 가셨다. 그리고는 꼭 가실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챙겨서 버려주셨다. 애기 엄마 힘들까 봐! 바삐 가다가 혹여 깜박하는 날에는 현관에서 이렇게 소리치곤 하셨다.

"애기 엄마, 음식물쓰레기 가지고 와요! 이거 매일 버려야지! 안 그러면 냄새나고 못써!"

나는 종종걸음으로 얼른 음식물쓰레기를 챙겨서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곤 하였다.


할머니가 매일 하시던 일을 요즘은 내가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산책 나갈 때마다 하루 동안 쌓인 음식물쓰레기를 챙겨서 버린다. 이것 말고도 또 할머니가 하던 행동을 내가 따라 하고 있는 게 있다.

"영감이랑 나랑 애들이 한 번 쓰고 버린 수건 주어다가 다시 써!"

할머니는 딸들이 한번 쓰고는 빨래통에 던져둔 수건을 주어다가 빨기 아까워서 다시 쓴다고 하셨다. 요즘은 내가 딸들이 쓰다가 버린 화장품들을 주워서 쓰고 있다.


한 때는 소비가 미덕인 적이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지금의 딸처럼 화장품도 없어서 필요해서 사기보다는 예쁜 신상이 나와서 사곤 하였다. 옷도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산 옷과 신발들이 옷장과 신발장에 그득하다. 그러나 요즘은 물건을 사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될 수 있는 대로 사지 않고 버텨본다.


며칠 전에는 바디샴푸가 바닥이 난 게 보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새 걸로 바로 주문을 했을 거지만 요즘은 왠지 주저하게 된다. 내가 주문을 하게 되면 또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올 것이다. 환경오염에 내가 또 가세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비누를 쓰기로 했다. 세안용 곡물비누를 바디샴푸 대신 쓰기로 하였다. 곡물비누로 얼굴을 씻고 샤워볼에 비누를 문질러 거품을 내니 바디샴푸 못지않다. 하루 두 번 하던 샤워도 한 번으로 줄이기로 한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먹는 물도 없어서 병에 걸려 죽는 경우도 있다는데 두 번 샤워는 사치인 듯하였다. 저녁 샤워는 세안과 발 씻기로 줄이고 있다.


내일부터는 안 입는 옷을 한 벌씩 가지고 가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기로 한다. 기부도 하고 일정 금액은 연말정산에 사용할 수 있다. 매일 한 가지씩 버리는 삶! 쓸 수 있는 것을 재활용하는 삶! 비우고 다시 쓰면서 빌려 쓰는 지구에게 잠시 미안한 마음을 잊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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