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감이 되고 가장 힘든 점은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을 대할 때이다. 그분들도 새파랗게 젊은 교감을 대하기가 꺼끄러울 것이지만 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처음 교감 발령을 받았을 때 비교적 큰 학교여서 그런지 삼분의 일이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었다. 나보다 열 살도 더 많은 분이 부장을 하고 계셨다. 바짝 긴장이 되었다. 잘하면 본전이고 잘 못하면 젊은 게 싹수없다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았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무조건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들어오면 일어서서 응대했다. 항상 무슨 말을 할 때는 지시보다는 정중하게 부탁을 하듯이 하였다. 항상 내가 먼저 선생님들께 인사를 했다. 그래서 겨우 본전은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나보다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께 배운 점도 많았다. 우선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이다. 학급경영이나 학부모 응대, 모든 부분에서 능수능란하셔서 일 년 동안 사고나 민원 한 번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르치는 데 대한 열정이다. 나이가 많다고 몸을 사리지 않고 항상 정열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모습에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일어났다.
작년 작은 학교로 이동을 했더니 다행히도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이 별로 안 계셨다. 연세 많은 선생님들이 더러 계셨는데 내가 오기 전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하셨다고 한다. 올해는 딱 한 분 계신다.
이분도 노련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이며 아이들을 사랑하신다. 올해는 학부모 업무를 맡아서 일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3월 초에 학부모 총회를 개최해서 대의원회를 조직하면 끝날 업무였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총회 자체를 개최할 수가 없어 2학기가 되도록 대의원회 조직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학부모와 교육청 사이에서 여간 고생이 아니셨다. 결국은 교육청의 권고로 대의원회를 조직하는 것으로 결론 났고 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니 선생님이 추천받은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겨우겨우 조직이 끝났다. 학부모를 자유자재로 상대할 수 있는 경력 많은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노하우였다. 선생님께서 최종 학부모회 조직 명부를 메신저로 보내주셨다.
"선생님! 올해는 일이 끊이지 않네요! 너무 고생 많으십니다!"
나의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메신저로 전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답장이 바로 왔다.
상사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이렇게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리라! 왠지 나 혼자만 업무가 많은 것 같고 그래서 억울할 때, 직장상사의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지는 위로의 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감사하고 칭찬의 말을 던져주는 것! 이것이 낀 상사의 미움받지 않는 비결이다. 사람들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힘들 때 힘든 걸 알아주는 것. 고생할 때 고생한다고 말해주는 것.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낀 상사의 살아남는 비결이다. 나도 누군가로부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