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권 책 버리기

by 세둥맘

책을 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책을 버리는 중이고 앞으로도 버릴 예정이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책의 양에 놀라곤 했다. 책이 정말 많으시네요! 이사 갈 때마다 많은 책은 골칫거리였고 이삿짐을 나르는 아저씨들은 책이 너무 많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 많은 책들(약 300권 정도?)을 다 버렸다.


헌 옷을 가져가는 분이 책도 가지고 간다고 해서 옳거니 하고 다 가져가시라고 했다. 그것도 그냥 가져가시는 게 아니었다. 10권 혹은 20권씩 노끈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묶어야 했다. 큰 딸이랑 목장갑을 끼고 그 책들을 묶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 책들 중에는 나와 남편이 대학교 다닐 때 쓰던 교재부터 시작해서 각종 연수자료 장학자료 그리고 아이들 책까지 벌써 30년을 이사 갈 때마다 애물단지처럼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나는 왜 책들을 버리지 못했을까? 솔직히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책을 버린다는 것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유럽의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책을 다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모든 것은 준비가 되었을 때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법! 주변의 물질적, 정신적인 것들을 다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죽음은 그렇게 슬프거나 무섭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버리면서 세상에 대한 집착과 욕망도 다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다음에는 시집올 때부터 가지고 오셨던 물건들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어서 그래서 전혀 정리가 안 되는 시어머니를 볼 때면 왠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가 죽고 난 다음 내가 남긴 물건들을 누군가가 정리하도록 한다는 것은 나의 치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처럼 왠지 껄그러운 일일 것 같다.


그래서 과감히 버렸다. 나의 20대 시절의 청춘의 추억이 남겨있는 대학교 교재부터, 대학원 시절 비싼 돈을 주고 언젠가는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샀던 비싼 원서부터(결국은 첫 장도 보지 않음) 다 버렸다. 이것들은 나의 켜켜묵은 욕망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들은 내가 내려놓지 못하는 나의 꿈들의 파편이었던 것이다. 다 정리했다. 나의 어쭙잖은 학구열도,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지식에 대한 갈망도... 다 버렸다. 책꽂이에 꽂아놓기만 하는 것으로 그 지식이 마치 내 것이 된 것처럼 위안을 삼은 것은 아닌지.... 다 버렸다.... 나의 헛된 꿈과 욕망, 그리고 허세까지!


버렸으니 이제 새로운 것이 채워질 것이다. 여백이 있는 삶! 책과 함께 나의 묵은 욕망의 찌꺼기도 다 버리니 마음이 참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 이제 사랑으로 나에 대한 성찰로 이 빈 공간을 채우고 싶다.



앞으로 또 버려야할 책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