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대한 단상

by 세둥맘

나는 과도기를 살아왔다. 내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부터 처음으로 영어 듣기 시험을 쳤고, 고3 때는 입시시험의 전형이 우리 때부터 바뀌었고, 대학교 때는 처음으로 임용고시를 치는 세대였다.


교복의 경우도 과도기를 거쳐왔다. 중학교 때는 교복을 입다가 중3 때부터 교복 자율화 정책으로 사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다. 쭉 고등학교 때까지 사복을 입고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옷을 거의 안 사주셨다. 내 돈으로 옷을 살 형편도 안되고 해서 여름에는 티셔츠 두벌과 바지 두 벌로 버텼다. 고등학교 때 예쁜 옷을 입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주눅이 들곤 했다. 매일 입었던 노란색과 흰색 줄무늬 티셔츠는 아직도 기억이 또렷이 난다. 그날도 그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나는 대학교 가면 예쁜 옷 입고 다녀야지!'


대학교 때는 형편이 좀 나아졌다. 과외에다가 알바까지 해서 수입이 괜찮았다. 그 돈을 다 옷 사는데 썼다. 고등학교 때 단벌신사의 분풀이라도 하듯이!! 옷장에는 고급 브랜드의 예쁜 옷들이 그득했다. 그것도 거의 다 정장이었다. 교생실습을 자주 나가야 해서 산 옷들은 거의 정장류의 옷들이었다. 그것도 스커트와 블라우스, 원피스가 주류였다.

'언니는 예쁜 옷만 입고 다니네요!'

후배가 하는 말이다. 칭찬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비아냥도 섞인 것 같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 시댁을 가서 남편이 하는 말이다.

'엄마와 누나 할머니 옷 다 합친 것보다 얘 옷이 더 많다.'

남편은 나의 옷의 양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남편은 패션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털털한 상남자이다. 그러니 나의 까칠한 패션 취향을 이해 못하는 눈치였다. 한술 더 떠서 내가 사대는 옷에 짜증이 나는 듯했다.


나의 취미는 쇼핑이었다. 그것도 인터넷 쇼핑!! 피곤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인터넷으로 예쁜 옷을 구경하다가 바로 앞도 뒤도 안 따지고 질러 버리는!! 그럴 때의 짜릿한 쾌감과 행복감이란~~ 아주 중독성 강한 것이다.


그 취미생활인 쇼핑의 산물로 나의 옷장은 언제나 미어터지기 직전이다. 어떤 때는 터진 내장처럼 옷들이 흐물흐물 옷장 문을 비집고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오늘 옷장을 정리했다. 어떤 블로그에서 옷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를 1년 동안 안 입는 옷들은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지난 1년 동안 안 입은 옷들을 과감히 다 버렸다. 매번 옷 장 정리를 할 때마다 한 자루 정도의 옷을 버렸는데 또 버릴 옷들이 산더미처럼 나왔다. 아까워서 미쳐 버리지 못한 옷들이다. 그런데 정말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다. 그래서 다 버렸다.


비싸게 준 정장류의 옷들은 정말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 왠지 앞으로도 꼭 입을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그래도 과감히 또 버릴 예정이다. 이런 정장류의 옷들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렇게 기부를 하면 소액이지만 연말정산에 기부금으로 처리를 해준다. 좋은 일도 하고 연말정산까지 챙길 수 있으니 1석2조다.


실상 우리가 입는 옷을 분석해보면 1년에 그렇게 많은 옷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1년에 30벌이 안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옷을 사놓고도 계절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못 입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즉흥적으로 옷을 사지 않기로. 꼭 필요한지 한 10번은 생각해보고 옷을 사기로(매번 결심하지만 잘 안됨 ㅋ). 그리고 이왕 옷을 살 때는 괜찮은 브랜드의 좋은 질의 옷을 사기로. 유행 잘 안타는 걸로!! 오십 평생을 살면서 이제야 깨달았다. 아마 나는 그동안 옷 사는 걸로 나의 결핍된 욕구를 채우려 했나 보다. 이제는 굳이 옷이 아니어도 내 허기진 빈 마음을 채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매일 글쓰기와 기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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