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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Nov 01. 2020

당신의 마음도 이랬겠구나!

새벽에 친정이 있는 도시의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왔다. 불길한 예감으로 얼른 전화를 받았다. 안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아니나다를까 친정 아버지가 응급실에 계시다는 전화였다. 오후에 시술을 해야하는데 직계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계가족이라봐야 나와 남동생 딱 둘인데 남동생네 가족은 미국에 가있다. 나밖에 없었다. 친정 아버지는 7년 전에도 이와 똑같은 시술을 하신 적이 있다. 그 때는 마침 남편이 친정과 멀지 않은 도시에서 근무할 때라 남편이 달려갔었다. 남편이 아들 노릇을 하였다. 이번에도 의사선생님이 남편에게 먼저 전화를 한 모양이다. 남편은 교육 중이라 나올 수가 없단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얼른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급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연가를 쓰겠다고 했다. 서둘러 기차표를 끊고 원격으로 나이스 연가 신청을 상신했다. 택시까지 불러서 역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의 말로는 수술도 아닌 시술이라 그렇게 위중한 건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도 이제는 연세가 있으셔서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옆에서 더 놀랐을 친정 어머니도 걱정이 되었다. 친정어머니는 새벽에 119를 타고 응급실로 오는 통에 아침, 점심 모두 못 먹고 굶고 계셨다. 우선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을 사드리고 아빠가 계시는 병실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가장 중요한 동의서 서명을 마쳤다.


시간이 되어 아버지가 수술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울컥하였다. 기다리는 시간 내내 초조하였다. 전화를 받고 시술센터 안으로 신발을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가서 담당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시술은 잘 되었는데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몸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내가 친정 부모님께 얼마나 무심했는지 반성이 되었다. 전화도 잘 안드리고 나 살기만 바빴다. 연세 많으신 두 노인네가 어찌 살아가는지 너무 무관심했다. 멀리 있다는 핑계로 잘 찾아뵙지도 않았다.


이제까지는 내가 환자였는데 이제는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가 될 차례였다. 아버지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들이 내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감히 짐작이 되었다. 만일 이 날도 남편이 갔다면 이런 마음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내 눈으로 확인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부모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렸다. 내친 김에 시댁 부모님께도 같이 전화를 드렸다.


내가 보호자가 되어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아팠을 때 부모님, 남편, 당신들의 마음이 이랬겠구나! 이렇게 아팠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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