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지 않은 날은 꼭 싸우게 된다.

by 세둥맘

코로나 19가 1단계로 조정되면서 성당에 매주 나가서 미사를 본다. 성가도 생략, 미사 인원수 제한 등의 이유로 미사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주의 2단계일 때 50명 이하로 인원이 제한될 때는 채 40분도 걸리지 않고 미사가 끝난 적도 많았다. 이것이 요즘 성당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는데도 성당을 매주 꼬박꼬박 나가게 된 계기 중의 가장 큰 것은 바로 성가대 활동이다.


성가대 활동을 하기 전에는 냉담 중이었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게 된 계기는 막내의 첫 영성체 때문이었다. 성당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첫 영성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고 그냥 영성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미션을 통과해야만 한다. 엄마들이 통과해야 하는 미션도 만만치 않다. 1년 동안 평일 7시에 모여서 교리를 들어야 했다. 결석을 몇 번 이상 하면 통과를 안 해 주기 때문에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나간 것 같다. 물론 아이들도 매주 주일 미사 참례는 기본이고 교리에도 참여해야 했다. 이것 말고도 새벽 미사에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참여해야 해서 자는 막내를 깨워서 참여했다. 그 해에는 세월호 사건이 터진 해여서 아이들을 데리고 안산에서 열리는 야외 추모 미사에도 참석했다. 이렇게 1년을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행사에 끌려다니다 보니 성당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교리 선생님도 막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첫 영성체 때문에 엄마가 성당에 다니게 되었잖아!"


그렇게 성당에 다니다 보니 왠지 성가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마침 그때 우리 성당에서는 잠시 중단했던 성가대 활동 재개를 위해 단원을 모집 중이었다. 주보에 나와있는 안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참가 신청을 했다. 오디션도 없었고 파트도 내 마음대로 소프라노로 정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발성법도 모르고 악보도 잘 볼 줄 모르면서 무작정 뛰어들었다. 단지 성실함 하나로 매주 목요일 8시에 시작되는 연습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음치이기 때문에 항상 미리 나눠주는 선곡표를 보고 집에서 연습을 해갔다. 처음에는 복식호흡이 전혀 안되어 목으로만 소리를 내서 옆 단원과 단장님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


"자매님 생소리 때문에 귀가 아파요!"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말하니 당장 고만두라고 난리였다. 그래도 꾹 참고 열심히 다녔다. 다른 합창단도 들어 거기서 가르쳐주는 대로 발성 연습도 꾸준히 했다. 차츰차츰 신입단원들도 들어오고 중창단 수준이었던 성가대가 이제는 단원이 열명이 넘게 되었다. 벌써 삼 년 차에 들어가 새 단원이 내는 생소리를 들으니 나도 거북하게 들렸다. 나의 처음 시절이 생각났다.


두 번의 부활절과 성탄절을 겪으면서 나름 성가대로써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연습은 무척 힘들었지만 다른 파트와 함께 화음을 맞춰서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고 있노라면 너무 행복하고 가슴속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성가대 반주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성가를 부르면 그냥 기도하는 것보다 은총을 열 배를 더 받는대요!"

성가를 부르면서 분명 나는 행복했고 마음은 평안해졌다. 성가 자체가 가지는 엄청난 위안의 힘이 있었다.


성가대를 하면서 성가를 열심히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도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기도를 드리고 자기 전에는 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드린다. 기도는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무시무시한 나쁜 마음들을 잠재우게 하는데 확실한 효엄이 있다.


주말에 늦잠을 자면서 기도를 생략하면 꼭 식구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된다. 저번 주에는 큰 딸과 한바탕 했다. 이번 주는 남편과 또 한바탕 했다. 남편과 싸운 이야기를 딸들에게 했더니 막내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매일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면서 아빠와 싸우고 그렇게 심한 말을 하냐?"

나는 창피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늘도 성당에 가서 나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이라 평신도회 회장님이 강론을 하셨다. 강론 말씀 중에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기도하고 이웃을 사랑으로 돌보라고 하셨다. 찔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조금 전 주말부부로 떨어져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 비록 싸웠지만 전화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어 성가대 활동을 다시 재개하는 날이 돌아왔으면 한다. 그때까지 매일 기도하면서 내 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나쁜 마음들을 잘 달래야겠다. 내가 이렇게 성당을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시어른들의 기도덕분이다. 요즘에는 냉담 중이시던 친정부모님도 열심히 성당에 다니신다. 이것도 다 내 기도덕분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오늘 저녁 기도는 빼먹지 않고 꼭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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