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척 예민한 사람이다. 모든 말초기관들이 발달해서 시력도 좋고 냄새도 잘 맡고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 마치 화가 나서 털이 곤두서 있는 고양이처럼 나의 모든 기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렇게 예민한 기질은 좋은 점도 있지만 사는 게 피곤하고 힘들 때가 많다.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 냉장고 소리와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내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 기계음들에 내 몸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가 쏟아 오르기도 하였다. 그래도 지금은 나이가 들어 많이 무뎌진 편이다. 층간 소음에도 처음에는 투덜대다가도 아침까지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는 나를 보면 놀랍기도 하다.
말초기관만 예민한 것이 아니라 촉도 굉장히 발달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것을 잘 감지한다. 지난주에는 일본에 사는 친구의 강아지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며칠 전부터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에게서 애견이 구름다리를 건넜다는 문자가 왔다. 나의 촉은 바다를 건너 머나먼 이국 땅까지 뻗어나가 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친구의 어머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무척 슬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망설이다 그만두었다. 지난주에 만난 친구에게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힘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내 예감은 잘도 맞는구나!
브런치에서 글 서핑을 하다 이상하게 끌리는 작가의 글을 발견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작가의 글은 여간해서는 잘 안 읽는 편인데 클릭해서 완독을 했다. 얼마 후 나랑 같이 근무했던 선배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혹시 브런치 작가 세둥맘이냐고?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글을 읽어보니 꼭 나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끌렸던 작가는 바로 그 선배였다. 이심전심이다. 서로에게 끌렸던 것이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에는 그의 영혼이 녹아 있나 보다. 그 흔적을 보고 나의 촉이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영락없이 나의 촉은 정확하게 맞았다.
이런 촉은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안색을 살피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얼굴 표정이나 말투로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잘 알아맞힌다. 이런 능력은 사회생활하는 데는 조금 유용하다.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면 힘없고 작은 동물일수록 모든 감각이 예민하다. 작은 소리에도 빨리 도망가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도록. 나의 이 예민한 말초 감각과 돗자리를 깔아야 할 것은 영험한(?) 촉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나의 상처 받기 쉬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위의 자극에 그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오십이 넘어 이렇게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사는 삶이 간혹 힘들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날이 서있는 날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사리 상처를 주게 된다. 특히 가족들에게. 그리고 가장 만만한 딸들에게. 나의 뾰족한 마음들을 둥글둥글하게 만드는 방법은 기도와 명상뿐이다. 둥글해져라, 나의 마음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