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둥맘 Dec 14. 202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우연히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봤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남주혁, 한지민 배우가 리메이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거기서 호평받은 원작을 리메이크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한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작은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검색해 보니 꽤나 유명한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적으면 다음과 같다. 마작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츠네오는 이상한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 유모차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거기에 돈이 들었다고도 하고 보물이 들었다고도 한다. 그러다 우연히 그 할머니와 유모차와 마주치게 되고 거기에 타고 있는 소녀와 만나게 된다. 그 소녀는 원인모를 병으로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주워주시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 박학다식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고 요리를 잘하는 독특한 매력의 소녀였다.


츠네오는 예쁜 애인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조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예쁜 애인을 버리고 조제에게로 달려간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파국을 맞게 된다. 츠네오가 장애인인 조제를 돌보는데 한계를 느끼게 되고, 이것을 예감한 조제는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생선을 구워 먹으면서 씩씩하게 혼자서 잘 살아가는 조제의 모습이 엔딩 장면이다. 


영화를 다 보고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어떻게 할 줄 몰라 당황스러웠다. 조제가 꼭 내 모습 같았다. 조제는 두 다리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비관하지도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호랑이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하는 조제를 위해 동물원에 데려가는 츠네오. 조제는 생전 처음으로 무서운 호랑이를 사랑하는 츠네오의 손을 꼭 잡으면서 보았다. 그리고는 호랑이처럼 무서운 세상을 대면할 용기를 얻었다. 사랑하는 츠네오 덕분에!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았던 조제는 츠네오의 사랑 덕분에 세상을 직면하게 되었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떠나가는 츠네오와도 담담하게 이별을 하는 조제! 이별 선물로는 야한 책을 선물하는 쿨함까지 보여준다. 그리고는 혼자 꿋꿋하게 잘 살아나간다. 인생이 무엇인지를 조제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누구나 혼자라는 것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었지만 인생을 이미 다 깨달은 현명하고 똑똑한 소녀였다. 


조제에 비하면 나는 두 다리는 멀쩡하지만 마음이 불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고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기만을 원하는! 몸은 다 커버린 성인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의 그것이다. 조제는 두 다리를 잃었지만 나는 무엇을 잃었을까?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또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소하지만 반짝인다' 브런치북 추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