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에서 중고 교복 구입 007 작전!

by 세둥맘

이사로 막내를 전학시키기는 했지만,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교복이었다! 혹시 중고 교복 기부제도가 있냐고 학교에 문의를 해보았더니, 신설학교라 졸업생이 별로 없어서 그런 제도는 없다고 한다. 학교 주관 교복사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나와 있으니 거기 가서 직접 구입하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데 새 교복을 몇 십만 원을 주고 사자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당근 마켓에서 교복을 검색해봤다. 막내 치수의 교복은 이미 판매 완료 상태였고 남아 있는 것은 작은 치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격도 중고 교복 치고는 너무 비쌌다. 어떻게 하면 중고 교복을 살 수 있을까를 고심하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맘 카페에서 중고 교복을 파는 것이 보였다. 아, 이거구나! 폭풍 검색을 해보았다. 막내 학교의 교복이 제법 올라와 있었지만 모두 판매 완료였다. 그리고 나는 아직 새싹 멤버여서 클릭해도 사진을 볼 수조차 없었다.


일 단계 관문은 나의 맘카페 멤버 단계를 상향시키는 것이었다. 방문 10회에 댓글 3개가 조건이었다. 그래야 등업 신청을 할 수 있었고 등업 신청 후에는 카페지기가 승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너무 조건이 까다로워 큰 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 맘 카페들이 다 이렇게 까다로워!"

손사래만 치고는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주야장천 카페를 클릭해서 방문 횟수를 높였다. 그리고 댓글을 달 수 있는 게시판을 찾아 열심히 댓글을 달았다. 노력했더니 다음날은 등업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바로 등업 신청을 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등업 신청 승인이 되기 전인데 막내 학교의 교복이 올라온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삼십 분도 안되어서 판매 완료가 되어버렸다.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그래도 조금 기다리니 오후쯤에는 카페지기가 승인을 해주었다. 다행이었다.


순둥이와 오후 산책을 한 시간 가량 다녀와서는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교복이 매물로 나왔나 해서이다. 아니나 다를까 매물이 나왔다. 매물이 나온 지 일분도 안되어서 사겠다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나도 질세라 바로 교복과 체육복 다 사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바로 또 일분 뒤에 다른 사람이 교복 재킷을 사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조금 있으니 바로 연락이 왔다. 체육복은 윗분이 일괄 구입했으니 교복을 구입하겠느냐고 물어왔다. 물론 지금 당장 달려가겠노라고 대답했다. 체육복도 필요하다고 했더니 낡은 걸 그냥 무료로 주겠다는 답이 날아왔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갔지만 차를 몰고 삼십 분 거리를 달려갔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주차장은 무슨 동화에 나오는 미로 같았다. 겨우겨우 표지판을 보고 동호수를 찾아갔다.


내가 오는 걸 기다렸는지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을 열어주셨다. 아파트는 새 아파트라 깔끔했고, 아주머니는 살림을 잘하는 전형적인 알뜰한 살림왕처럼 보였다. 중고였지만 교복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동복 교복 세트와 하복 바지 두벌, 체육복에 후드티까지 바리바리 싸주셨다. 모두 4만 6천 원에 득템 했다. 서로 연락처도 모르면서 인터넷 카페 채팅창으로만 연락을 주고받고 미로 같은 목적지를 찾아가서 원하던 물건을 받아오는 것이 마치 007 작전 같았다. 물건 올린 지 일 분만에 답글을 달고 또 삼십 분 만에 교복을 사 오는 나 자신이 대견해졌다.


집에 와서 막내에게 교복을 입혀 보니 마치 맞춤복처럼 바지 길이까지 딱 맞았다.

"야, 엄마 진짜 대단하지 않냐?"

아이들에게 맘껏 엄마의 대단한 정보력을 과시했다. 중고 교복을 동복, 하복, 체육복에 후드티까지 장롱에 한가득 넣어놓으니 마치 곡식 창고에 쌀을 그득하게 쌓아놓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고 꽉 찬 느낌이 든다. 이제 학교도 옮겼고 교복까지 풀세트로 구비했으니 학교 갈 날만 기다리면 된다. 구하라! 얻을 것이다! 오늘 나에게 딱 들어맞는 명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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