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집 줄게, 작은 집 다오!

by 세둥맘

큰 집에서 살다가 이제 다음 주면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 처음에는 새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빌트인으로 장만한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에어 드레서를 전세를 준다면 못 써본다는 것이었다. 빌트인이라 떼 갈 수도 없고, 비싼 돈을 주고 산 새 가전제품을 다른 사람이 쓴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까웠다. 우습지만 그래서 결정한 이사였다. 이외에도 하천과 산이 있는 산책로가 잘 구비된 공원이 가깝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순둥이와 함께 매일 멋진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엔도르핀이 쏟아나는 기분이다.


그러나 막상 이사 날짜가 닥쳐오니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았다. 첫째로는 방이 3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어찌 됐던 작은 방 하나에는 딸 두 명이 같이 쓸 수밖에 없었다. 딸 세명 중에 누가 같은 방을 쓰는가를 정하는 것부터 난제였다. 어찌어찌해서 물론 나의 강압적인 압력이 컸지만 큰애와 작은 애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작은 방에 침대 두 개와 책상 두 개를 욱여넣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가구 전문가와 3D 그래픽의 힘을 빌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배치는 할 수 있었다. 아직 가구가 들어오기 전이라 과연 가구로 꽉 찬 방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작은 방에 많은 가구를 욱여넣어서 애들이 혹시 숨이 막히지는 않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이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주말에는 아이들 방 책상과 서랍, 책장에 있는 각종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딸 세 명이 각자 자신의 것을 정리하도록 했다. 이미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또 버릴 것이 나왔다.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 학원 교재와 폴더, 각종 프린트물, 볼펜은 왜 그리 많은지, 사놓고 조금만 쓰다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화장품들! 아직 분리수거 일이 많이 남았는데도 쓰레기가 넘쳐났다. 집이 넓다는 핑계로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아온 것이었다. 집이 작다 보니 강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버렸다. 안 보는 책들은 다 도서관에 기증을 하고, 꼭 필요한 책들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 작은 집으로 이사 가다 보니 아이들도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는 좋은 습관이 생기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다.


이사 갈 동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파트 주변이 거의 다 공사 중이라 아직 정비가 덜 되었다는 점이다. 아파트 상가에는 아직도 편의점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슬리퍼를 신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상가 커피숍에서 음료수를 사 먹는 로망이 있었는데, 현실은 공사판의 먼지와 소음만 날릴 뿐이다. 아이들이 가서 공부할 스터디 카페 하나 없다. 거기를 가려면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십 분 정도를 가야 했다. 교통이 편리하다고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뻥뻥 쳤지만, 몇 년 동안은 지금 사는 동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니 더 불편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더욱 미안할 뿐이다. 그래도 뭐 십분 정도 버스 타고 다니는 것이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래도 커튼부터 시작해 가구까지 내 뜻대로 완벽하게 세팅해서 들어가는 집이라 너무 설렌다. 아이들도 편리하게 세팅된 집에서 살다 보면 작은 집을 좋아할 날도 곧 오리라 믿는다. 두껍아, 두껍아, 큰 집 줄게, 새 집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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