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고 좋은 점!

by 세둥맘

이사를 한지 벌써 이십일이 지났다. 근 십 년 만에 처음 하는 이사라 정말 힘들었다. 이사 당일날 옮겨야 하는 것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인터넷부터 시작해서 정수기, 식기세척기까지 내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으로 연신 울려댔다. 설상가상으로 이사 당일 분명히 연가를 냈는데도 직장에서도 계속 전화가 왔다. 가전제품까지 새로 들어와서야 겨우 끝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사 당일 밤에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반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거기다 인덕션 업체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물건을 삼일이나 늦게 배송받았다. 그동안은 반찬을 해먹을 수도 없어서 아이들이랑 냉동 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었다. 드디어 인덕션 설치가 끝나자 모든 게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새 집이다 보니 전등을 어떻게 켜는지, 난방은 어떻게 하는지, 걸핏하면 전원은 자꾸 차단되고,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입주지원센터에서 주는 산더미 같은 설명서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봐야 하다니! 그것부터가 스트레스였다.


이제 이사한 지 이십일 정도 지나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 식구에게 맞는 적정 난방 온도를 찾았고, 이제는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새 가전제품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새 집이 주는 편리함과 쾌적함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사 와서 가장 좋은 것은 조금만 걸어 나가면 오산천과 호수가 있다는 것이다. 순둥이와 함께 오산천을 걷고 있으면 직장일 때문에 복잡했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아직 정비가 다 되지 않아 비포장도로이고 비가 오면 진흙탕길이지만 그래도 투박한 길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산책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기라성 같은 아파트들이 즐비해있고 오른쪽에는 아직 정비되지 않은 밀림 같은 오산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한창 세를 키워나가는 도시의 위력에도 오산천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오산천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면 큰 호수가 나온다. 이 호수로 가려면 인적이 드문 비포장도로와 무너질 수 있으니 차량 진입을 통제한다는 오래된 다리를 건너서 이십 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오르막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면 광활한 호수가 펼쳐진다. 탁 트인 호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지만 그래도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산책객들로 호수는 붐볐다.


오늘은 평상시 가보지 않았던 반대편 둘레길로 가보았다. 숲길을 지나니 호수가 보이는 언덕 위에 텐트촌이 보이는 것이었다. 무엇일까 유심히 살펴보니 캠핑 카페였다. 도심에서 멀리 가지 않고 캠핑 온 느낌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카페였다. 옆을 지나오니 젊은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예쁘게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카페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연신 찍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라도 올리려는 것이리라.


요쪽조쪽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에는 가족들을 다 데리고 오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렇게 비포장도로를 한참이나 걸어와야 하는데 툴툴대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오산천과 호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어렸을 때의 시골집이 생각난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혹시라도 시골집 같은 곳이 보이면 자꾸만 서성이게 된다. 오리가 떠다니는 물 위를 건너오면서 혹시라도 인가가 보이는가 둘러보지만 공장들밖에 보이지 않아 조금 실망은 되었다. 만약 이런 자연마저 없었다면 더욱 삭막한 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도시에 살면서 이런 편안하고 휴식을 주는 자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새 집에 차츰차츰 적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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