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by 세둥맘

이사로 어쩔 수 없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막내를 전학시켰다. 처음에는 전학을 안 시키고 내가 아침저녁으로 태우고 다닐 요량이었다. 그러나 막상 이사가 현실로 닥치니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웬일로 막내도 순순히 학교를 옮기는 것에 동의를 하였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을 좀 설레어하는 눈치이다.


이사 가는 곳은 위치가 어중간하다. 도보 십 분 거리의 중학교는 내년도에나 개교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도보로는 이십오 분, 버스를 타면 이십 분 정도 걸리는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했다. 학교에 전화를 해보니 요즘 입주하는 아파트들이 많아 전학 문의가 많이 온다고 하였다. 지금은 자리가 있지만 조금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둘러 조퇴를 내고 전입신고를 하고 바로 전학 서류를 제출하러 막내와 함께 새로운 중학교로 갔다. 학교는 개교한 지 얼마 안 되는 자그마하고 아담한 학교였다. 신도시 내 아파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기자기하면서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드는 학교였다.


아이를 전학시키면서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중학교가 별로 없어 버스를 타고 삼십 분 정도 가는 것은 예사였다. 버스는 항상 만원이어서 사람들을 구겨 넣듯이 밀어 넣어서 타고 가기가 일쑤였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버스표를 한 달치를 끊어서 타곤 했다. 아침 등교 때는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오후에는 이 버스표를 매점에서 다른 군것질거리로 바꿔서 홀라당 먹어버리고는 친구와 함께 한 시간 가량 걸어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친구와 걸어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시장 구경도 하는 것이 나름 재미있었다.


그러다 내가 중3이 되는 해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단독주택에 살다가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학교로 바로 가는 버스도 없었다. 버스를 타고 한 삼십 분을 가다가 내려서는 또 시장길을 따라 한 이삼십 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아빠가 처음에 한 번 가는 길을 알려준 게 전부였다. 그리고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버스를 타고 내려서는 또 이삼십 분 정도를 걸어 다녔다. 버스와 걸어다는 것을 합하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통학 거리였다. 그때는 그 길이 참 멀게도 느껴졌다. 그렇지만 아무 군말 없이 착실하게 다녔다.


그리고는 고등학교를 중학교보다 더 먼 곳으로 배정을 받아버렸다. 버스만 한 시간 넘게 타고 다녀야 하는 길이었다. 출발 종점에서 도착 종점까지 가는 대장정이었다. 그렇게 이년을 다니고 고3이 되었을 때는 근처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봉고차를 맞춰서 다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억척같은 학생이었다. 과연 지금의 나의 딸들이라면 나처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힘들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간 나 자신을 쓰담 쓰담해주고 싶다.


바로 앞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는 지금의 아파트를 떠나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 가자니 걸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막내의 학교 문제가 걸린다. 그래도 막상 새로운 학교로 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또 버스도 타보고 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부디 막내가 새로운 중학교로 가서 잘 적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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