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쯤이었다. 오랜만에 본가에 온 친구와 저녁에 만나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산 위에 지어진 예술회관에 올라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당연히 사실이라고 믿었던 아폴로의 달착륙이 조작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최근 언론 보도에서 달탐사가 지금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고 친구가 했던 말이 사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97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이념대립이 첨예하던 시대여서 거의 전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도 인류는 우주개발분야에서는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 티브이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미국의 우주탐사기업인 스페이스 엑스에서 로켓을 발사했는데 로켓을 지구 궤도에 올린 추진체가 정확히 다시 발사대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마치 영상을 다시 돌려보는 것 같았다. 그 회사는 로켓을 재활용해 우주탐사 비용을 줄이려는가 보다. 미국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개발분야에 민간기업이 진출하면서 경쟁체제가 도입되었다. 이 기업은 테슬라라는 전기차 회사에서 시작해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분야 등 신기술과 결합된 분야에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대부분 군사적 필요를 위한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로 이어져 온 것 같다. 이러한 기술들이 민간에 개방되어 민간기업에 의해 상용화되는 것 같다.
최근 대부분의 혁신은 디지털에 기반을 둔 정보통신기술에서 파생된 것 같다. 인공지능은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거나 능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본 영화처럼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듯하다. 영화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깨닫고 연구를 중단하려 했으나 민간기업은 수익에 집착해 개발을 강행해 재난을 가져오게 된다. 지금도 민간기업의 혁신의 바탕에는 수익 창출이라는 전제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에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아직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전을 별로 실감할 수 없다. 여전히 세계적인 가전회사에서 만든 내 컴퓨터는 가끔씩 고장이 나고 세계적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가진 인터넷 통신은 연결이 원활하지 못할 때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취약성을 노린 범죄와 테러의 위험도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사고를 대신할 수 있는 인간과 유사한 새로운 종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