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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집사 Nov 09. 2024

나의 디지털라이프

나는 기계를 다루는 데 서투르다. 이런 나에게 현재의 기계 문명으로 가득 찬 일상은 매일이 도전이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반도체라는 칩이 내장되어 디지털화하였다. 모든 제품들의 기능이 다양해진 만큼 사용자는 복잡한 작동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디지털이라는 신문물에 처음 노출된 건 동네 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 본 컴퓨터였다. 당시 상당히 고가였던 컴퓨터를 그 친구는 능숙하게 다루는 듯했다. 그걸로 그 친구가 뭘 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 기계는 운영원리를 이해하는 전문가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고 기계적 명령어로 움직였을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한동안 그런 기계와 너무 동떨어진 아날로그 세상에서 살다가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내 전공은 신기술과 거리가 먼 인문학이었다. 컴퓨터는 타자기보다는 깔끔하고 세련된 문서를 만들어 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역할 즈음에야 부대에 컴퓨터가 들어왔고 편제에도 없는 전산병이 내 문서 작업을 도와 행정 업무를 했다. 하지만 제대하고 나니 디지털 환경은  큰 변화가 있었다. 누구나 쉽게 인식하고 접근할 수 있는 그래픽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 뒤로 컴퓨터 간에 연결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통신까지 도입되었다. 나도 그즈음 시류에 편승해 정보기술 관련 분야를 공부하러 대학원을 진학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생소한 분야의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고 겨우 졸업장만 남았다. 가끔 누나가 대학원 학비 내놓으라는 농담을 할 때면 그저 씁쓸하다. 비록 석사과정이지만 정보기술 관련 학과를 졸업한 내가 디지털 기술에 어려움을 겪다니 아이러니다.

요즘 자주 연락하는 친구는 나를 할아버지 취급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교류와 소통에 둔감한 나를 가끔 놀린다. 나는 대다수가 매일 접하는 동영상보다는 티브이에 나오는 뉴스와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쫓겨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도만 지킬 뿐이다. 디지털 문화는 정보의 독점과 불균형을 막아줄 수 있지만 무분별한 정보의 유통과 정보의 왜곡은 가끔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은 인공지능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사라질 일자리들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기술의 진보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나는 변화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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