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가 모국어다.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문이 트인 이후로 줄곧 한국어를 써 왔고 한국을 떠나 외유를 한 건 이십 대 후반 일 년 남짓의 기간뿐이다. 정규 교육 과정을 마쳤고 고등 교육까지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나의 국어 실력은 실망스럽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우리 시대 대부분의 학생들은 요즘처럼 따로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공부와 마찬가지로 국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게 거의 전부였다. 가끔씩 시험 기간이면 참고서를 보는 정도였다. 한 가지 기억나는 건 국어 참고서에 나오는 사전식의 낱말 풀이를 싫어했던 거다. 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소홀했다. 중학교 때 나는 어머니가 신문을 자주 읽으시길래 내용이 궁금해 나도 따라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기사를 읽은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었다. 지금도 어려운 한자어들을 어린 내가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 나이에 가져야 할 언어를 건너뛰고 어른들의 단어를 선행 학습 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니 국어는 나에게서 더 멀어졌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지만 당시의 교육 환경은 열악해서 많은 학생들에게 이해보다는 암기 위주의 소위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입시에서 국어는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단기간에 쉽게 점수가 오르지 않는 과목이어서 등한시하게 되었다. 대신 금방 점수가 오르는 영어에 집중했다. 또 한 번의 위기였다. 나의 국어는 영어식 표현과 영어 번역식 표현에 망가지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도 취업을 위해 영어는 더욱 중요해졌다. 나의 모국어의 파괴는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면서 절정에 이른다. 시간에 쫓겨서 논문을 쓰다 보니 학술지를 번역하기에 바빴고 그 분야의 전문용어들은 나의 무지로 신조어로 바뀌어 기존 학자들의 연구를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지금도 내 논문을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처럼 국어는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전까지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게 되었다. 그나마 지금의 나의 국어는 공무원 수험생활의 덕이다.
나는 요즘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며 한국어로 된 책을 보고 있다. 글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정독을 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핀다. 나의 올바른 국어 사용이 나의 생각을 깊게 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도와 내 삶의 질을 높여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