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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by 원선영

너덜해진 빈 주머니에

가득 들어찬 절망덩어리

밤새 뒤집어 쏟아놓고

이슬맞은 젖은 밤이야

임자없는 벤치가 있지 않나


젖은 설움일랑

등걸 위에 걸어두고

햋빛 한주먹은

무일푼이어도 좋을래라


가난한 뱃구레에서는

때도 없이 꼬르륵이니

뚜껑 열어 뒤적이는

그 인생도 삶이어라


손톱 밑에 검은 세월

그것마저 연륜이니

비겁한 손 내어 밀고

세월 얹어주면

하루살이 그만하다


화려한 몸짓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사치로운 이방인을

바라보는 눈동자엔

희망이 풀어져 흔적조차 없음이라


남루한 머리칼

난장속에서나 나옴직한 얼굴위에

땟 국물이 주루룩

눈물처럼

한숨되어 내린다


벤치위에 뉘여 놓은 잠

호사로운 한밤중은

칠팔월의 폭염이라지만

일년중의 최고였네


아침저녁 쌀쌀한기가

뼛골깊이 후비고 들어서니

불켜진 창문너머

그 가족이고 싶어진다


한낮을 살고나면

오늘은 어디메에 누울까나

한뎃잠은 어둠의 자식인지

오늘 밤

꼭 따져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