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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

by 원선영

공주 어느 마을

병태가 살고 있었다ᆞ


대사는 당연지사

어지간한 일에도 빠지지 않는

그를

애나 어른이나 병태라고 불렀다ᆞ


초상집에 장작 패주고

제삿집에 우물물 길어다 붓고

혼례집엔 허드레 잡일이라도 도왔다ᆞ


병태는

엉덩이 뒤로 쭉 빼고

이리 씰룩 저리 씰룩

오리걸음 걷는다ᆞ


누런 이빨 헤벌리고

아래 위

볼살 흔들어 젖히며 웃는다ᆞ


"병태야ᆞ"

어른이 부르면

"예ᆞ예"

침튀기며 대답하고

"병태야"

애들이 부르면

"왜ᆞ왜"

헤프게 웃는다ᆞ


눈이 한자나 쌓인 추운날

"아이고~, 아이고~"

상주어른 곡하다 말고

"오늘은 눈때미 병태가 못오내비다ᆞ

대문앞이 눈 쓸어야헐틴디 ᆢ" 란

말 끝에

"병태왔다ᆞ야~ 병태다ᆞ"


커다란 엉덩이 뒤로 쭉 빼고

"예ᆞ예ᆞ헤헤~~왔슈ᆞ왔슈"

열벌쯤 껴입은 옷 위로 눈발이 허옇고

너덜한 신발짝위로 고드름이 여러개다ᆞ


여러동네 그리 다니는걸보고

어른들은

"머리가 너무 좋아서 돌은겨"라고 한다ᆞ


어떤 날은 남자애들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이마가 터지고

헤~~웃는 이빨위로

뻘건 핏물이 스며든다ᆞ


아이들 모두가 병태를 이긴다고 생각했다ᆞ


그런 병태가

몹시 추운 날

길위에서 얼어죽었다고 했다ᆞ


동네청년 누구누구는

직접 보았다고 했다ᆞ

그 뒤로 우리 동네 대소사ᆞ

병태를 볼 수 없었다ᆞ


병태를 이길수 있다던

동네 애들은

다들 어른이 되어버렸고

'병태는 우리의 이웃이었다ᆞ'며

이제야

고개를 주억거린다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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