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임종]

by 원선영
Screenshot_2015-06-26-08-50-25.png


카랑카랑 울리던
노파의 짱짱한 음성은
일인 병실의
허연 벽면으로 스며들고

팔십년도 더
꽃처럼 피어났던
붉은혀는
거북이 잔등처럼
철갑이 얹혀있네

호오~호오~
가빠오는 숨소리는
산소 호흡기만큼이나 외롭고
들숨이 천리 길
날숨이 만 리 수렁인걸

폐부 속 감춰두었던
그 많은
언어들은

어찌할꼬

천근의 무게로 내리 앉는
눈꺼풀은
끝내 파르르 잠긴 채

팔십여 세월의 흔적은
꺼져 내리는
척추와 무에 다르랴

어머님
편히 쉬소서

어머님
사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