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 플립에 냉정히 낙제점을 준 이유

이것은 폴더블폰인가 ‘전자식 파우더 팩트’인가

by 데일리타임즈W


1822_2205_117.png 조개껍데기처럼 위아래로 열리는 갤럭시Z 플립(좌)과 책처럼 좌우로 펼쳐지는 갤럭시폴더(우).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새로운 IT 기기에 대한 리뷰는 언제나 설렌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손에 들었을 때 만족감을 넘어 힐링 되는 느낌까지 받는다. 이번 타깃은 삼성의 새로운 폴더블폰이다. 2월 14일 그간 소문만 무성하던 갤럭시Z 플립이 정식 출고되었다.


2019년 로욜 플렉스파이를 시작으로 삼성 갤럭시폴드, 화웨이 메이트X가 폴더블폰으로 세상에 나왔다. 플렉스파이는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고, 본격적인 양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갤럭시폴드를 세계 최초 폴더블폰으로 꼽는 이도 많다. 결국 2019년에는 갤럭시폴드와 메이트X간의 경쟁으로 좁혀졌는데, 시장 평가와 판매 면에서 갤럭시폴드가 우세승을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50만대 수준이던 폴더블폰 전체 시장규모가 2020년에는300~500만대로 추정된다. 2021년에는 10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는 폴더블폰의 본격적인 '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모델은 책처럼 '좌우'로 접는 방식이었다면, 2020년의 폴더플폰은 조개껍데기(클램쉘)처럼 '위아래'로 접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폴더폰 형태로의 귀환이라 할 수 있겠다.


2020년 출시되어 시장을 달구는 대표주자는 삼성 갤럭시Z 플립과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애써 함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 면에서는 레이저 폴더블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본다. 2000년대 공전의 히트작 ‘레이저’를 재해석한 만큼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지금 봐도 참신한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지난 2월 6일 레이저 폴더블 출시 후 한국 출시 예정이 전혀 없어 미국 직구를 모색했으나,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전용 출시에 일반 심카드가 아닌 e심만 지원하는 모델이라 포기했다. 단말기를 구입해도 한국에서 와이파이 연결 외에 전화기의 기능을 하지 못하니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레이저 폴더블과 갤럭시Z 플립을 비교한다면, 갤럭시Z 플립이 갖는 기능상의 우위를 모두 포기하고 미려한 디자인과 추억을 지닌 레이저 폴더블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잠시 미련을 접어두고, 본론으로 돌아가 갤럭시Z 플립에 대해 살펴보겠다. 2019년 9월에 출시된 갤럭시폴드는 사전 예약한 뒤 삼성 딜라이트샵에서 출고 당일에 받았는데. 이번에는 2월 14일 갤럭시Z 플립 출시일에 매장을 방문했다. 사전 예약에 대해 생각지도 않았으니, 아무래도 지난번에 비해 기대감과 구매 욕구가 확연히 낮았던 것 같다. 당일 구입하려 했으나 1차 물량 완판으로 결제 후 대기하기로 했고 2월 17일에 신제품을 손에 쥐었다. 색상은 미러 블랙과 미러 퍼플 두 종류인데, 조금 식상한 블랙 대신 퍼플을 선택했다.


1822_2206_258.png 크기와 디자인 면에서 여성들의 파우더 팩트를 닮은 갤럭시Z 플립.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첫인상은 미러 형태의 디자인에 퍼플까지 입혔으니 여성들의 미를 위한 파우더 팩트 같은 느낌이다. 접었을 때 크기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이즈인 갤럭시S 시리즈의 약 60%(가로 7.3cm, 세로 8.7cm), 두께는 약 1.8배(1.5cm), 무게 183g 정도다. 접으면 한 손에 쏙 들어온다는 광고 카피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참고로 갤럭시폴드는 크기가 가로 6.3cm, 세로 16.1cm, 두께 1.57cm, 무게 276g로 갤럭시Z 플립과 비교하면 무기 수준!)

그립감은 상당히 부드러워 만족스럽지만 통화 시 정사각형 팩트를 귀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꽤 부자연스럽다. 다만 이 부분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지리라 생각한다. 스펙과 세부 기능은 공식 자료 및 리뷰들이 많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참고할만한 팩트를 하나씩 짚어보자.


갤럭시Z 플립은 5G 모델 없이 LTE 전용 모델로 출시했다

기자의 5G 유심을 꽂으니 사용에는 제한이 없었으나 속도는 다시 LTE로 회귀하였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 통신환경에서 일부 VR, AR 콘텐츠 이용 시 외에는 5G와 LTE 간의 체감 속도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휴대성과 미관에 치중하다 보니 세부 스펙은 하이엔드급이 결코 아니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프로세서, 저장 용량, 외부 SD카드 지원 여부, 카메라 성능, 방수 기능 등 모든 면에서 열등하다. 가격만 갤럭시Z 플립이 더 높다. 하지만 대다수 스마트폰 유저들이 휴대폰으로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 전화, 문자, 카카오톡, 유튜브, 인터넷뱅킹 정도라고 본다면, 스펙이 조금 열위에 있다 하여 사용하기에 부족하다고 평할 수는 없다.


표면이 상당히 미끄러워 불편할 수 있다

갤럭시Z 플립도 최근 대세인 무선 충전 기능을 지원하는데 무선 충전 거치대에 올려놓으니 스스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충전할 때 바닥의 수평을 미리 잘 맞추지 않으면 새 휴대폰이 스스로 자유낙하하는 가슴 아픈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폴더를 접은 상태에서 펴려면 반드시 두 손이 필요하다

과거 폴더폰은 엄지손가락으로 툭 밀어 올리면 폴더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기능이 대세였다. 스카이같이 당시 나름의 혁신을 이끌었던 기기는 버튼을 누르면 폴더가 펴지는 기능까지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갤럭시Z 플립은 폴더를 펼치는데 상당한 힘이 필요하고, 대단한 역사(力士)가 아니고서는 한 손으로 도저히 휴대폰을 열 수 없다. 전화가 왔을 때 짐을 들고 있는 경우, 반드시 짐을 먼저 내려놓고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예상된다.


외부 화면(커버 디스플레이)이 매우 자그마하다

외부 디스플레이는 1.1인치로 보통의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정도의 크기다. 부재중 전화 유무 등 간단한 알림을 확인하는 용도 외에 활용이 어렵다. 갤럭시폴드의 경우 외부 4.3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여 화면을 펴지 않아도 문자 발송이나 인터넷 서핑에 무리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볼 수 있다.


노트북처럼 다양한 각도로 세울 수 있는 '하이드어웨이' 힌지 기능

위아래로 접는 폴더폰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테이블 등에 갤럭시Z 플립을 노트북처럼 펼쳐두고 영상 통화, 셀피 촬영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기능은 여러 유저가 사용한 다음 의견을 모아 평가하는 것이 맞겠으나, 기자의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효용성이 0에 가까웠다. 특히 셀피 촬영 시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촬영하는 경우 대부분 아래에서 위의 방향으로 촬영이 이뤄진다. 셀피 유저들이 선호하는 소위 '얼짱 각도'와 반대인 '얼큰이 각도'가 연출되는 것! 촬영을 편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1822_2210_520.png 휴대폰의 사이즈 비교, 좌측부터 갤럭시S10 5G, 아이폰11, 갤럭시폴드, 갤럭시Z 플립.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종합해보면 기자의 이번 갤럭시Z 플립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레이저의 추억도, 아이폰의 감성도, 폴드의 괴물 스펙도 모두 놓친 ‘전자식 파우더 팩트’라고 평하고 싶다. (단, 이 특징 덕분에 여성 유저들에게 디자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유인은 있다.) 디자인 면에서 소비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킬만한 다음 세대 폴더블폰이나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폰을 기약해본다.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신정헌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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