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구형이 된 맥북 프로 15인치 사용기

새로운 문명의 이기 혹은 불편함의 총아

by 데일리타임즈W

새로운 IT 제품을 살 때는 언제나 마음에 만족감과 즐거움이 넘쳐흐른다. 특히 가심비 좋은 제품을 구입할 때는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맥북이 그러하다. 비슷한 성능과 스펙의 노트북에 비해 늘 탁월하게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애플의 오만함으로 극악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맥북이지만, 개봉하는 순간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경험이 아니리라.


최근 아이패드, 갤럭시패드 등 다양한 태블릿 PC 출시로 노트북과 태블릿 PC 간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고 가격경쟁도 치열해져서 일반적인 노트북은 100~200만원 수준이면 대부분 구입 가능하다. 무게와 크기, 두께 모두 경량화ㆍ슬림화 추세가 강해지며 노트북의 휴대성이 인기의 척도가 되었다. 1kg이 채 되지 않는다 하여 '그램' 브랜드로 흥행에 성공을 거둔 LG전자의 그램이나 마찬가지로 몇백 그램의 무게로 휴대성을 극대화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북 시리즈들이 양사 노트북 매출의 선두주자가 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맥북 프로는 이런 최근 추세를 과감하게 무시해준다. 휴대성과 슬림화는 맥북 에어에게 모두 몰아주고, 충분히 큰 화면과 묵직함을 갖춘 (물론 수년 전과 비교하면 충분히 슬림해졌다 할 수 있지만) 맥북 프로의 자신감이란. 맥북 프로 16인치가 출시되며 이제는 구형이 되어버린 맥북 프로 15인치를 6개월간 경험한 기자의 리뷰를 전한다.



모든 IT 제품에서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체감'이라 확신하지만, 그래도 세부 사양이 정보로서 가지는 가치가 있으니 일단 짚고 가자.


■ 맥북 프로 15인치 고급형(스페이스 그레이 모델) 사양

15.4 인치(디스플레이 대각선 기준)

레티나 LED 백라이트 디스플레이

2880 X 1800 픽셀

2.6GHz 6코어 i7 인텔 프로세서(터보 부스트 지원)

16GB 메모리

512GB SSD 저장장치

라데온 프로 560X(4GB) 외장 그래픽카드

썬더볼트 3(USB-C) 포트 4개

터치바 및 터치 ID

34.93 X 24.07 X 1.55㎝(가로, 세로, 두께), 1.83kg(무게)

구입 당시 가격 352만원


노트북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잠시 논하자면, 노트북에 기대하는 바람은 유저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탁월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사람, 스벅 창가 자리에 앉아 타이핑하는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는 사람, 이동 업무가 많아 무조건 가벼운 노트북을 선호하는 사람, 유튜브나 게임용으로 버벅거림 없이 돌아가면 만족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아, 그리고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는 유저도 충분히 존재한다. 맥북 프로는 이 중 1번(탁월한 퍼포먼스)과 2번(스벅에서의 자기만족) 그리고 4번(유튜브나 게임용)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이다.


1858_2273_4648.jpg 좌측부터 HP 스펙터 13, 맥북 프로 15인치, 맥북 에어 11인치.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세부적으로 제품을 비교해보겠다. 비교 군은 과거에 기자가 사용했던 제품 중 만족도가 높았던 두 가지다. 블랙과 골드의 프리미엄 디자인과 극강의 슬림함으로 오랜만에 노트북 명가 HP의 자존심을 지킨 HP 스펙터 13과 휴대성 끝판왕으로 워드와 오피스, 인터넷 서핑이 주 목적인 카페를 자주 가는 유저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주는 맥북 에어 13인치 골드로 잡았다. 삼성의 갤럭시 탭과 얼마 전 구입한 갤럭시북S는 별도의 리뷰에서 다루겠다.


1858_2276_5846.jpg 세 제품의 외관 비교. 좌측부터 맥북 에어 11인치, 맥북 프로 15인치, HP 스펙터 13.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1858_2278_335.jpg 세 제품의 두께 비교. 위부터 맥북 에어 11인치, HP 스펙터 13, 맥북 프로 15인치.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먼저 외관은 역시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추구하는 애플답게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모든 노트북과 PC에서 USB 단자를 고수할 때, 과감하게 더 슬림한 단자인 USB-C 타입 단자 3개만 채택했다. 이 때문에 별도로 판매하는 USB허브를 필수로 구입해야 한다. 소비자의 편리함에 맞추기보다 애플의 정책과 방향에 소비자를 적응시키는 애플 특유의 오만함이 반영된 것이다.

지금은 다른 노트북 제조사에서도 많이 채택했지만, 스마트폰처럼 전원 버튼에 지문인식 기능(터치 ID)을 함께 넣은 것은 작은 혁신이었다. 실제 사용 시 보안 및 편리함 면에서 매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에 비해 우월하기도 하다.


1858_2274_4830.jpg 키보드 최상단 1열의 '터치바', 터치바의 우측 끝에 위치한 전원 및 터치 ID 버튼.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전원 버튼 좌측으로는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F1~F12 키와 esc 키 대신 기다란 '내비게이션 바(터치바)'가 위치한다. 터치바는 이름처럼 터치식이고 볼륨, 화면 밝기 조절부터 이전에 머물던 페이지로 바로가기, 즐겨찾기 등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표시된다. 처음엔 매우 신기하고 혁신적이라고 탄성을 낼 법한 기술이었지만, 우리는 마우스와 키보드로 이동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기에 실제 활용 빈도는 떨어진다. 다만 이용 프로그램이나 앱이 전환되면 그에 따라 터치바의 기능도 즉각적으로 바뀐다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충분히 유용한 기능일 수 있다.


1858_2275_5426.jpg 맥북 프로 터치바 기능 중 유튜브 영상 재생을 실행해봤다.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맥북 프로의 키보드는 몇 번의 변화를 겪었는데 15인치 모델은 2세대 나비식 키보드를 채택했다.참고로 최근에 출시된 맥북 프로 16인치에서는 다시 가위식 키보드가 채택되었다. 나비식과 가위식의 차이는 쉽게 나비식은 터치 방식, 가위식은 기계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처음 PC를 접하고 다양한 종류의 키보드를 접해본 기자의 체감상 나비식, 가위식은 각각의 장점이 있다. 나비식이 부드러운 느낌의 색다른 키감을 선사한다면, 가위식은 뭔가 시원하게 치는 듯한 확실한 키감을 제공한다. 나비식 키보드가 워낙 호불호가 갈려 최근 맥북에서는 다시 가위식으로 회귀했지만, 나비식 키보드의 얇은 두께감과 부드러운 터치감도 충분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맥북 프로에서는 트랙패드가 전작의 두 배 가량 확대되어서 제스처를 활용하는 유저들의 편의성이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손가락 두 개를 왼쪽 방향으로 쓸어내리면 전 페이지로 간다거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등 멀티 터치로 인한 트랙패드 활용법만 15가지가 된다. 파워 유저에게는 무척 유용한 기능일 수 있으나, 기자는 6개월간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외에 다른 제스처는 활용할 기회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시스템 자체의 속도 및 효율을 보면, 역시 유저 입장에서 느끼는 맥북 프로와 일반 노트북과 가장 큰 차이는 (윈도우가 아닌) 맥OS 그 자체일 것이다. 맥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인터넷 서핑이나 동영상 감상 시 구동 속도는 훌륭하다. 프로그램의 최적화와 하드웨어의 적절한 활용은 맥과 아이폰 모두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애플 제품의 강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콘 위치부터 화면 이동 간의 버튼들까지 윈도우와 맥은 그간 서로를 참고하며 닮아가는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상이하다. 윈도우 체계에 물든 사용자는 사소한 기능까지 혼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니 마음이 급하고 당장 수행할 업무가 많다면 생각보다 크게 불편할 수 있다.


맥OS에서도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입하기만 하면 오피스와 한글 프로그램 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 사진, 그래픽 작업을 하는 유저는 맥이 MS 기반의 노트북에 비해 훨씬 파워풀하다는 후기가 많다. 이 부분은 기자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참고할 만하다.



1858_2279_5223.jpg 노트북의 주 사용 목적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적합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맥북 프로. / 사진=김수영, 박현호 기자


이제, 기자 입장에서 용납하기 어려울 만큼 불편했던 점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맥OS는 증권사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다

상장사 M&A 쪽 일이 많은 업무 특성상 몇 개의 증권사 계좌를 두고 주식거래 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맥OS에서 지원하는 증권사가 단 한곳도 없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오류라 생각하고 증권사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애플의 보안정책으로 인해 증권사 프로그램은 설치 자체가 불가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원인도 이유도 결과도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특정 증권사만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닌 모든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 설치를 막는 것 또한 애플의 '오만함'과 '독선'의 발로일 것이다. 이 때문에 맥북 프로를 사용하던 6개월간 기자는 항상 옆에 서브 노트북을 둘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뱅킹에서 비밀번호는 언제나 가상 키보드로 하나하나 입력해야 한다

1번과 비슷한 맥락인데 맥OS 하에서 인터넷 뱅킹 시 보안을 위해 모든 비밀번호는 화면에 뜬 가상 키보드를 마우스로 하나하나 클릭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계좌번호 입력도 가상 키보드로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체 횟수가 많을 때 키보드로 신속하게 입력하는 대신 화면을 보며 하나하나 클릭하는 행위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또한 맥을 이용할 때 보조 노트북이나 모바일 뱅킹을 활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피스 이용 시 윈도우 기반 PC에 비해 버튼 위치와 단축키가 상이하다

맥도 자체 오피스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결론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오피스 프로그램이 그 내용을 혼자 보기보다는 프리젠테이션(PT) 및 메일로 업무 관련자들과 함께 활용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버튼과 단축키가 다른 것은 콘텐츠 생산 효율성 면에서 상상 이상으로 불편하다. 기자도 처음에 적응하고 사용해보려 노력했으나, 이내 맥으로는 내용 확인으로 그치고 내용을 작성할 때는 윈도우 노트북을 활용했다. 과거에 맥북 에어를 사용할 때는 이 때문에 부트캠프를 설치하여 윈도우 버전으로 맥북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맥북을 구입해 윈도우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 중국에 여행 가서 맛있는 스시집을 찾아가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이니 여기에서는 옵션에서 배제했다. 좋으나 싫으나 맥북은 맥OS와 함께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지라 일반 유저들도 똑같이 겪을만한 불편함인데, 보통의 리뷰에서는 맥북의 성능, 기능 특장점에 대한 서술 위주이고 이런 실사용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설마 그 리뷰어들은 모두 위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마무리하며 기자의 총평은? 맥북 프로의 용도가 그래픽 작업이나 인터넷 서핑, 맥 사용에 능숙한 혹은 새로운 사용법을 배우려는 열린 마음의 유저에게는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될 수 있다. 심미적 충족감과 빠른 응답의 만족감을 주니 말이다. 허나 인터넷 뱅킹, 홈트레이딩시스템, 오피스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유저에게는 결코 추천할 수 없는 '불편함의 총아'라 평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출시된 맥북 프로 2019 13ㆍ16인치, 맥북 에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맥북 구입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참고하기 바란다.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신정헌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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