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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Mar 20. 2020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 서울 상륙

초고가 제품도 편하게 ‘아이쇼핑’ 한다

런던 메릴본의 더콘란샵. 세상의 모든 예쁜 리빙 아이템이 모여 있다. / 사진=김보령 기자


  영국 런던, 베이커 스트리트 역에서 멀지 않은 ‘메릴본 하이 스트리트’는 내가 런던에 1년 남짓 머무는 동안 가장 사랑한 곳 중 하나다. 런던 고급 동네다운 여유와 트렌디한 숍들의 어우러짐은 반할 수밖에 없는 세련된 분위기를 만든다.


‘더콘란샵’을 처음 만난 건 6년 전 이 거리에서다. 작은 교회와 공원을 돌아 나오다 초록 나무들 뒤로 슬며시 보인 클래식한 적색 벽돌 건물, 아치형 창이 길게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쇼윈도와 경쾌한 ‘콘란 블루’ 컬러 간판. 리빙과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들어가 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1, 2, 3층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돌아보며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에도 리빙 편집숍이 몇 곳 있었지만, 이렇게 큰 매장에 전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를 한 곳에 다 모아 놓은 곳은 없었다. 갖고 싶은 게 넘쳤지만, 어학연수생의 주머니로는 범접할 수 없는 물건이 많았다. ‘나중에 한국에 생기면 정말 좋을 텐데!’라며 후일을 기약했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지난 11월 17일 드디어 서울에 ‘더콘란샵’이 상륙했다. 


초고가부터 저가까지 디자인 제품의 ‘큐레이팅’ 방식 눈길 

1층 매장의 하이라이트는 이곳. 하얀 단상 위에 마치 예술 작품같이 놓인 제품들이 시선을 붙든다. / 사진=김보령 기자


더콘란샵은 1974년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런스 콘란(Terence Conran)’ 경이 설립한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이다. 유명 디자이너 가구를 비롯해 홈데코, 주방용품, 식기, 침구 등 다양한 리빙 아이템부터 취미용품, 키즈, 패션잡화까지 폭넓은 카테고리를 자랑한다. 현재 영국, 프랑스, 일본 3개국에 1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기대감을 한껏 안고 전 세계 12번째 매장으로 문을 연 더콘란샵 한국 1호점을 찾았다. 일단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규모에서부터 압도당했다.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에서 이어지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신관 1, 2층을 통째로 쓰는데, 3305㎡(약 1000평)로 전 세계 더콘란샵 중 최대 규모다. 


방문객의 포토존이 되어주는 거대한 블루 컬러의 '자이언트 쉘 체어'. / 사진=김보령 기자


더콘란샵은 ‘프리미엄, 럭셔리, 하이엔드’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만큼 국내 리빙 편집숍 중에서 가장 고가의 상품을 취급한다. 고가 위주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5000만원짜리 소파부터 5000원짜리 소품까지 폭넓은 가격대의 상품을 보기 좋게 큐레이팅한 것이 더콘란샵만의 차별화 전략. 굳이 가격표를 들춰볼 필요 없이 디자인 제품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묘미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감각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더콘란샵의 또 다른 차별점은 총 260여 개 이상의 리빙 프리미엄 브랜드를 한데 모아 놓았다는 것. 특히 그간 한국에서 만날 수 없었던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어 좋다. 스위스 가구 비트라, 핀란드 가구 아르텍, 덴마크 가구 칼 한센, 미국 가구 놀, 프리미엄 오디오 루악 등이 대표적이다. 


흰색 배경에 전면 벽에만 경쾌한 콘란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 사진=김보령 기자


  실험실 콘셉트로 꾸민 1층 먼저 탐험에 나섰다. 큰 창을 통해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온통 화이트 배경에 중간중간 벽에만 콘란의 시그니처 컬러 ‘콘란 블루’를 칠해 밝고 경쾌한 느낌을 살렸다. 홈데코, 식기류, 주방용품, 기프트 상품 위주의 1층은 고가 위주인 2층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인 제품이 많아 기분 전환용 인테리어 소품이나 집들이 선물을 고르기에 적당하다. 마침 지인의 이사 선물을 사야 해서 비트라 그린 컬러 트레이 세트를 14만9000원에 구입했다.


1층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섹션은 핀 조명이 설치된 전시대가 한 줄로 이어지고, 그 위에 고고한 예술 작품같이 놓인 제품들이다. 베르너 팬톤, 찰스 앤 레이 임스, 한스 웨그너 등 세기의 디자이너가 탄생시킨 의자와 조명, 소품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영국 아티스트 존 부스의 작품 이미지를 넣은 한정판 제품을 판매한다. / 사진=김보령 기자


  영국 아티스트 존 부스의 경쾌한 일러스트를 입힌 벽면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 앞으로 존 부스와 협업해 만든 꽃병, 담요, 아르텍 의자 등 한정판 제품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 콘란 경이 직접 디자인한 전 세계 단 1대인 ‘트라이엄프 모터사이클’, 더콘란샵과 칼 한센이 협업한 거대한 ‘자이언트 쉘 체어’는 카메라를 부르는 더콘랍샵 서울의 포토존이다.


 잠시 1층 ‘오르비(orby)’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머물렀다. 인기 커피 전문점 ‘테일러 커피’가 입점해 운영하는 곳이다. 커피의 맛도 맛이지만, 칼 한센 가구와 조지 넬슨 버블 램프로 꾸민 공간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데 더 큰 매력이 있다. 


가격 메리트 적지만 눈치 볼 필요 없는 편한 쇼핑은 장점 

하이엔드 가구와 조명, 홈 패브릭이 고급스럽게 디스플레이된 2층 매장. / 사진=김보령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하이엔드 리빙 쇼핑이 시작된다. 호텔 라운지 콘셉트로 꾸민 고급스러운 분위기 안에 프리미엄 가구와 조명, 홈 패브릭이 채워져 있다. 중앙에 길게 이어지는 ‘체어월’에는 디자인 의자들이 2단으로 가득 이어지며 아름다운 ‘의자 벽’을 만든다. 그 옆으로는 국내외 서적을 판매하는 북 코너가 자리한다. 


세기의 디자인 의자들이 모여 거대한 벽을 만드는 '체어월'. / 사진=김보령 기자


반대편엔 조명과 홈 패브릭 섹션이 기다린다. 조명 코너에는 루이스 폴센, 조지 넬슨, 아르텍, 구비 등 요즘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높은 조명들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빛을 가득 뿜어내고 있다. 평소 관심 있던 꿈의 조명을 한 번에 비교해볼 수 있다니! 거실 소파 옆에 둘 플로어 조명 후보를 마음속에 들이고 돌아왔다. 홈 패브릭 코너에서는 스페인 고급 브랜드 나니마르퀴나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더콘랍샵 PB 제품까지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다. 


루이스 폴센 PH 시리즈, 조지 넬슨 버블 램프 등 꿈의 조명들을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다. / 사진=김보령 기자


2층을 ‘하이엔드급’으로 만드는 공간으로 호텔 룸처럼 꾸민 VIP룸과 VVIP룸을 빼놓을 수 없다. 고가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상담 장소로 활용되는데, 콘란 경의 취향을 담아 꾸민 위스키 바 콘셉트의 VVIP룸은 럭셔리의 절정을 보여준다.


떠나기 전, 더콘란샵의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화제가 된 화장실에 들렀다. 핑크, 오렌지, 레드, 블루 등 각 칸마다 컬러풀한 타일로 장식해 놓아 사진 찍는 재미를 준다. 오렌지 칸에 들어가 ‘갠소’ 사진 한 장 남기며, 더콘란샵 방문을 마무리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악한 더콘란샵의 컬러풀한 화장실이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사진=김보령 기자


고가 위주이고, 다른 곳과 비교해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눈치 볼 필요 없이 편하게 체험하고 구경할 수 있다는 점, 직구 사이트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글로벌 브랜드를 한 곳에서 눈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 감각적인 디스플레이와 큐레이팅을 감상하며 인테리어 센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이런 장점만으로도 리빙과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방문할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김보령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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