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자가 학부 졸업 후 2005년에 첫 직장으로 LG전자 MC사업부(휴대폰 부문)에 지원한 것은 휴대폰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지금도 LG 휴대폰은 삼성과 애플 사이에서 고전하지만, 당시에도 LG의 휴대폰은 삼성에 밀리고 팬택이나 스카이에 치인 2, 3인자 신세였다. 그때 일개 신입사원이 건방지게 회사 인트라넷에 가트너, SA(Strategic Analysis)의 통계 운운하며 LG 휴대폰의 미래 핵심은 '디자인'이라 강조하였고, 이 글은 CEO까지 전달, 보고되었다.
해당 기고문이 회사의 미래에 끼친 영향은 1도 없었겠지만, 그 해 겨울 LG에서는 초콜릿폰을 출시하였고 이는 LG전자 공전의 히트작이 되었다. 이후 디자인에 방점을 찍은 뉴초콜릿폰, 프라다폰, 샤인폰 등으로 그 계보가 이어졌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뒤로 G3를 제외하고는 LG 휴대폰은 LG전자 전체에 적자만 누적시키는 계륵이 되었다. 이렇게 기자에게도 LG 휴대폰은 추억과 애정이 뒤섞인 '아픈 손가락'이다.
때문에 이번 '벨벳'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그리고 처음 렌더링 이미지를 접할 때부터 수년 동안 삼성 혹은 애플 휴대폰만 사용하던 기자에게 이번 '벨벳'은 오랜만에 기대되는 수작(秀作)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먼저, G로 이어지는(삼성의 S시리즈에 대비되는) 모델명 혹은 V(삼성의 노트 시리즈와 유사한) 명칭을 과감하게 버리고 벨벳이라는 단독 명칭으로 브랜딩 한 것은 대기업 내의 타성을 버렸다는 측면에서 꽤 큰 용단이었으리라. 브랜드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은 아이덴티티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지만 반대로 이는 그 브랜드에 열광하고 기다리는 지지층이 명확할 때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 LG 스마트폰처럼 팬덤이 약한 경우에는 신제품의 출시 주기나 모델명 일치보다는 제품 하나하나에 차별화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여 고객에게 새롭게 어필하는 것이 올바른 마케팅 방향일 테니 첫 단추는 잘 꿰었다고 생각했다.
(LG 제품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팬덤과 소비자 충성도에 대해서는 제품의 중고 가격 추이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출고 후 중고 가격 하락 속도가 아이폰이 가장 완만하고 그다음 삼성 순이다. LG 스마트폰은 출고 당일에도 보통 감가율이 30% 이상일만큼(출고가 100만원 제품의 깨끗한 폰의 중고 가격이 70만원 이하) 가격 방어력이 약하고 이는 소비자 로열티가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
이번 벨벳은 매스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90만원대의 출고 가격을 책정했다. 아이폰이나 S20 시리즈가 120만원 이상의 고가 라인업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를 기대할만하지만, 반대로 최근 휴대폰 시장의 대세는 중저가폰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애매한 포지셔닝이 염려스럽기도 하다. 과거 LG의 G나 V 시리즈에서는 휴대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도 갤럭시와 비견되는 최신형으로 탑재하고 카메라나 저장장치도 갤럭시에 뒤지지 않게 고스팩으로 채우는 것이 금과옥조였다. 그런데 이번 벨벳은 AP도 구형인 퀄컴 스냅드래곤 765이고 카메라 성능도 S20이나 아이폰11에 비해 상당히 뒤질 뿐 아니라 50만원대 중저가 폰인 아이폰SE 와 갤럭시 A51에 비해서도 사양이 열세를 보인다. 브랜드파워, 스펙, 가격경쟁력 모두 열위라 하면 역시 이번에도 '디자인'과 '감성'으로 소구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 마케팅 포인트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본 기자는 벨벳 출시 후 2주간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을 갤럭시S20+, 아이폰11 프로와 비교하여 기술하려 한다. (갤럭시S20+는 3개월, 아이폰11프로는 6개월 사용하였다)
또한 호기심이 가는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되어 구입하면, 기존의 여러 휴대폰을 제치고 메인 휴대폰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만족감이 부족한 것은 넷플릭스용, 내비게이션용, 게임용 등 보조 휴대폰으로 머물기도 하는데 벨벳은 과연 메인으로 사용할 정도의 충족감을 본 기자에게 제공했을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기사 말미에 제공되니 오늘 사용기도 가볍고 꼼꼼하게 읽어주시라.
우선 3개 회사의 주력 제품을 비교해보면 아래 표와 같다. 이미 수년 전부터 휴대폰의 기기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어 스펙에 따른 체감 성능은 우리 소비자에게 그리 와닿지 않기 때문에AP나 메모리 등 사양은 굳이 표기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정리하였다.
갤럭시S20과 아이폰은 판매 전략상, 3가지 라인업을 동시에 출시했기 때문에 각각의 재원을 기재하였다. 벨벳을 2주간 사용하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상하 화면이 '길다'와 전반적인 성능은 무난하고 디자인 또한 전작에 비해 우수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히트작이 되기에는 '+ @'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원에서도 볼 수 있지만 벨벳은 갤럭시와 아이폰에 비교해서 가로 폭은 긴 편이고 세로는 가장 길다.
약간의 무게 차이에도 민감하고 가벼움을 추구하는 노트북과는 달리, 최근 휴대폰은 무게에 대한 체감 포인트는 이제 사라졌다. 즉, 이제 스마트폰은 조금 더 무거운 것도 묵직함으로 장점이 될 수 있고, 가벼움이 강점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부족한 그립감은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휴대폰의 크기는 매우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스티브 잡스가 그의 생전, 아이폰 크기를 3.5인치로 한사코 고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휴대폰의 크기가 커지면 디스플레이 면적도 늘어나 몰입도가 높아지지만 개인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때 몰입도에 연연하는 유저라면 휴대폰이 아닌 모니터나 TV로 시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작은 휴대폰은 답답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필요 크기 이상이 되면 불편해지고 짐이 된다. 휴대폰을 가방이 아닌 주머니에 넣어 이동하는 본 기자의 경우 벨벳은 지니고 다니기 상당히 불편했고 수 차례 주머니에서 빠져 자유낙하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세로 10~20mm 차이가 소비자에게는 이렇게 큰 불편함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까? 물론 핸드백이나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 이동하는 여성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크고 시원한 화면이 장점이 될 수는 있었겠지만, 이보다는 반대의 경우에 주는 불편함이 훨씬 크다.
후면의 미러링 색상과 물방울을 형상화한 카메라 렌즈는 충분히 칭찬하고 싶다. 아이폰의 ‘인덕션’이나 갤럭시의 돌출 직사각형 카메라에 비해 훨씬 나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메라 성능은 두 휴대폰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진다. 특히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혹은 어두운 환경에서의 촬영 품질은 확연히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LG의 기존 플래그십 휴대폰들(V50이나 G8)처럼 '앱 전체 보기' 기능이 없는 것이 이상하고 불편하다. 갤럭시는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스와이프 하는 방식으로 앱 전체 보기를 지원하고 아이폰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능에서는 아이폰 방식을 택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가 확실히 더 편리하고, Q51 같은 LG의 중저가 모델은 앱 전체 보기가 지원된다는 측면에서 굳이 이를 삭제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LG 스마트폰은 그동안 지문인식 센서를 뒷면 전원 버튼에 두었는데 이번 벨벳부터는 S10이나 S20처럼 화면 하단, 디스플레이 내에 탑재하였다. 하나의 버튼을 없앴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도전이지만, 이 또한 소비자 편의보다는 기술 지향에서 빚어진 실패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하루에 휴대폰을 몇 차례나 켜보는가? 전화, 문자, 카카오톡, 인터넷 서핑만 하더라도 보통 100회 이상씩은 열어 볼 것이다. 그런데 열 때마다 딜레이가 느껴진다면? 불편함이 누적되고 이는 제품에 대한 애착, 로열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이폰은 페이스 ID라는 얼굴 인식 방식으로 잠금을 풀고 그 밖에 6자리의 숫자 암호로 잠금 해제할 수 있다. S20 또한 벨벳과 같이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하여 지문으로 화면을 열 수 있지만 얼굴인식도 함께 지원하고 패턴, PIN, 비밀번호로 보완한다. 그런데 벨벳은 지문, 패턴, PIN, 비밀번호로 잠금 해제한다.
이것의 문제점은? 바로 딜레이 타임(지연 시간)이다. 디스플레이 내에 지문센서는 기존 버튼형 지문센서에 비해 유려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와 센서의 전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인식 시간이 필연적으로 길다. 즉, 삼성은 S10부터 디스플레이 지문센서를 채택하며 이 단점을 인지하고 얼굴인식 기능까지 함께 도입하여 '둘 중 빠른 것'으로 유저를 인식하여 잠금 해제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반면 벨벳은 지문인식 외에는 패턴, PIN, 비밀번호 모두 '번거로움'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지문인식까지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니, 경쟁작에 비해 크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으리라. 이번 벨벳에서 1cm의 길이와 화면이나 홍채인식 없는 지문인식 센서만의 도입은 소비자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LG전자의 악수라 생각한다.
갤럭시 S20+를 살펴보면 지난 3개월간 사용하며 후기를 남겨보려 했으나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어 기사화하지 않았다. 전작인 갤럭시S10과 후면 카메라를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디자인에 매끈한 그립감이 특징이다. 충분히 훌륭한 제품이긴 하지만 전략적으로 20~60만원가량 인상된 출고가를 고려하면 추천하기가 애매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이 없으니 비토하기도 애매한 그런 스마트폰이었다. 아이폰11 프로는 벨벳, 갤럭시S20+에 비해 크기는 확연히 작지만 스테인리스 소재 특성상 기분 좋은 묵직함을 제공한다. 메탈과 유리 소재의 S20, 벨벳에 비해 고급스러운 질감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폰트 조절도 못하게 하는 아이폰의 폐쇄성과 은행, 증권, 인증서 등의 불편함이 싫어 아이폰은 내비게이션과 가벼운 게임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이나 일반 결제 때 삼성페이가 주는 편리함에 이미 푹 빠져 본 기자는 아이폰을 메인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우니 앞으로도 아이폰은 예쁜 장난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족. 그렇다면 기자가 지금 시점에서 사용하는 메인 휴대폰은 무엇일까? 답변은, 두 달 전 기자가 혹평한 갤럭시 Z플립이다. 당시에도 좋은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고 부족한 점이 분명 여럿 존재하지만, S20이나 벨벳은 기성제품을 뛰어넘는 개성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Z플립을 애용하고 있다. 남성이 지닐 수 있는 액세서리가 시계와 휴대폰 외에는 특별히 없다는 측면에서 Z플립을 대체할 휴대폰은 당분간 없을 듯싶다.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신정헌 dt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