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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Jun 19. 2020

[W렌즈 꼰대의 재구성③] 세상 제일 꼰대는 누구? ‘

‘라떼는 말이야’라며 꼰대를 저격하고 놀리던 현상이 이제는 ‘혹시 나도 꼰대?’라는 공포로 뒤바뀌어 꼭 해야 할 충고까지 속으로 삭이고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참다못한 기성세대들은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조관일 저, 21세기북스)>라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임영균 저, 지식너머>며 따뜻한 꼰대, 세련된 꼰대가 되기를 선언하기도 한다. 이제 맹목적인 비판과 공격에서 한 발짝 물러나 세대 간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하고, 서로 공존하는 스킬을 배워야 할 때다. 국내 유일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 5월 W렌즈에서는 애매한 꼰대질에 대한 설문부터 20대와 40대 직원의 꼰대 대담, 내가 겪은 최악의 꼰대질, 꼰대의 이유 있는 변론, 꼰대와 MZ세대가 공존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모쪼록 무의미한 꼰대짓은 청산하고, 진정한 조언과 충고를 통해 양 세대 모두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세상에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꼰대들의 종류와 방식도 다양하다. '꼰대 필요론'부터 '꼰대 불신론'까지 논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조직사회에서는 꼰대가 필요한 존재일까? 아직은 울트라 초특급 꼰대와 마주해본 적이 없기에 이 물음에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분야별 내로라하는 꼰대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답이 조금 쉬워질까? 그리하여 꼰대와 함께 회사 생활을 하며 모진 풍파를 견뎌낸 지인들을 소환했다. 지금도 학교 후배에게 영업직은 가지 말라는 영업사원 맨 K부터 보험사에 다니는 J까지, 본인 구역의 꼰대가 제일이라며 서로 소리 높여 말한다. 어느 구역의 꼰대가 가장 '핫'한 꼰대일까? 이름하여 '천하제일 꼰대 대회!' 지금부터 시작한다.

‘꼰대짓’을 커피의 농도로 비유했을 때, ‘에스프레소’인지 ‘아메리카노 디카페인’인지는 회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가번호 1번, ‘대리 것도 내 것’ 제약회사 영업팀 K대리

영업사원의 생명은 체력. 어느 날 기력이 쇠약해진 것 같아 '녹즙' 배달을 시켰다. 한 번은 팀장이 녹즙 효능이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예의상 한번 드셔보시라고 했다. 그날부터 가끔 녹즙이 사라진다. 범인을 찾았더니 다름 아닌 팀장. 한번 드셔보라고 했던걸 마음대로 드시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신 걸까?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김 대리 덕분에 건강이 좋아지는 거 같다"며 웃는다. 팀장과 관계를 끊는 대신 당장 녹즙을 끊어 버렸다.

참가번호 2번, ‘복수는 당신의 것’ 교육회사 행사기획팀 L주임

행사 이벤트 기획 A안과 B안, 누가 봐도 내가 제안한 기획안이 합리적이다. 팀장이 빡빡 우겨도 이번만큼은 질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나름 큰 목소리로 요목조목 따졌다. 결국 B안으로 행사를 진행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자잘한 복수뿐 이었다. 누구도 가기 꺼리는 출장 리스트에 이름이 적혀 있는 건 물론, 사소한 귀찮은 일들은 모두 내 몫이 되었다. 회식 장소 섭외 같은 일 말이다.

참가번호 3번, ‘억울하면 상사하던지’ 공공기관 마케팅팀 P대리

휴가를 마음대로 쓰는 우리 팀 과장. 소문은 돌고 돌아 다른 팀 직원들에게까지 퍼졌다. 한 번은 다른 팀 직원이 우스갯소리로 "그쪽 팀은 과장님만 휴가를 편하게 다녀오시는 것 같다"며 "팀원들 불만이 많을 것 같으니 팀원들의 휴가도 좀 챙겨주시라"고 말했다. 이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꼬락서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자기 욕하고 다니는 거 아니냐"며 앞으로 휴가 쓸 생각은 하지 말란다. 졸지에 뒷담화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힌 것도 모자라 휴가까지 반납하게 되었다. 다른 팀에서 상한 기분을 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걸까?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참가번호 4번, ‘동료도 꼰대가 될 수 있다’ 화장품회사 홍보팀 M사원

꼰대 기질이 있는 같은 기수의 동료. 대부분의 업무는 말로 때우지만, 특유의 '딸랑이' 기질로 부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부장의 페르소나가 되기 시작했다. 툭하면 반말은 기본,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한 말투까지 말이다. 믹스 커피 하나하나 아껴 쓰라는 잔소리까지 부장의 꼰대짓과 쏙 빼닮았다. 이것은 부장도 아니요, 동료도 아니다. 회식 날 중간에 사라진 사람 한 명까지 체크하며 부장에게 고자질하는 동료. 동기라는 명분 아래 용서하기에는 너무도 얄밉고 재수 없는 꼰대였다.

참가번호 5번, ' 엎친 데 덮친 격 노처녀 히스테리' 보험회사 총무팀 J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을 즈음 노처녀 히스테리가 더 해진 꼰대를 사수로 만났다. 남자 못 만나는 히스테리를 모조리 회사에서 풀었다. 소개팅이 잘되지 않는 날이면 조그마한 실수에도 폭언이 쏟아진다. 퇴근 전에 업무를 주는 건 기본이요, 본인이 할 업무까지 모조리 나한테 떠맡기고 사라져 버린다. 가끔 소개팅해달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준다. 어이없는 사실은 꽤 괜찮은 남자 직원이랑 이야기할 때는 태도가 180도 바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