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여름철 액세서리 만들기였으나, 끝은 먹방이었노라

by 데일리타임즈W
커피 한잔하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운동하며 땀으로 진한 스트레스를 배출할 수도 있다. 그 밖에 일과 일상의 온도 차를 줄이기 위해 소소하게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혼술, 혼밥, 혼영…. 요새 혼자 하는 게 유행이라는데? 평소 혼자 얕고 넓게 배우기 좋아하는 이 과장이 퇴근 후 취미 탐색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아침에는 은근한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어떤 액세서리를 매치하지? 눈을 뜨기 전에 클로바(인공지능 기계)를 불러 날씨를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장롱 속 옷들을 스캔해 매치해본다.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면 부모님은 으레 “누가 들으면 발가벗고 다니는 줄 알겠다”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평생 무엇을 입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따지면 꽤 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스티브 잡스처럼 블랙 티를 빼곡히 걸어두고, 아무 고민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옷을 입고 싶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매번 같은 디자인의 귀걸이만 착용하다 보니,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뷰티 유튜버의 액세서리 하울 영상을 보니 액세서리 구매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웹서핑을 하다 보니 기자가 좋아하는 골드 컬러와 진주, 볼드한 스타일에 빈티지 감성까지 담은 ‘어거스트 하모니’와 ‘빈티지 할리우드’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온라인몰에 접속해서 장바구니에 맘에 드는 액세서리를 그득 담아 보았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질 때마다 통장에서 ‘텅텅’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때마침 친구가 액세서리 판매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액세서리 부자재 시장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시장에서 부자재를 구매하면 액세서리를 원하는 스타일대로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저렴하게 완제품도 구매 가능하다고 했다. 20대 시절 동네 문화센터에서 비즈 공예 수업을 배울 때 방문했던 추억이 떠올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동행했다.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의 성지 ‘동대문 종합시장’

KakaoTalk_20200626_192408510.jpg1.jpg 지하철 4호선 2번 출구로 나오면 동대문 종합시장 상가가 보인다. / 사진=이예림 기자

서울에서 액세서리 부자재를 살 수 있는 시장은 크게 동대문과 남대문으로 나뉘는데, 남대문은 쇼핑몰 운영자들이 완제품을 사입하거나 액세서리 부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할 때 많이 방문한다. 샘플 사입에 대한 기준이 가게마다 다른데, 한 번에 10만원 이상을 사야 하는 곳도 있고, 같은 디자인을 최소 2개 이상부터 구매해야만 하는 곳도 있다. 반면, 동대문은 소량으로 구매가 가능해 사업상의 목적이 아니라 취미나, 개인 액세서리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신 단가는 남대문이 좀 더 저렴한 편이다. 부자재의 경우도, 동대문 상인들이 남대문에서 대량 발주해서 소비자에게 소분해서 판다고 하니 각기 성향이 다른 셈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평일 오후 5시경 문을 닫고, 토요일에는 가게마다 다르지만, 오후 2시 또는 5시경 문을 닫는다. 남대문의 경우도 비슷한데, 코로나 때문에 주말 장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주말에 방문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미리 영업 여부를 알아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4호선 동대문역 2번 출구로 나가면 동대문 종합시장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 5층이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가 밀집된 곳인데, A, B동으로 구분되어 있던 상가에 최근 C동이 새로 생겨 확장됐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취급하는 부자재의 종류와 재질, 가격도 차이가 있으니, 원하는 부자재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다리와 인내심, 그리고 ‘이거다!’ 싶으면 고민 없이 결제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원래 거래하던 상가가 없다면 빠른 걸음으로 1차 탐색을 하고, 물건만 바로 구매해서 나오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와 가게 위치 번호를 잘 체크해 놔야 한다.



액세서리의 퀄리티는 소재가 결정한다

111.jpg 형형색색의 수많은 부자재가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 사진=이예림 기자

옷을 입을 때마다 허전했던 목을 채워줄 목걸이와 조금은 화려한 스타일의 귀걸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핀터레스트와 액세서리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액세서리 이미지 자료를 찾아 정리해갔다. 뷰티 유튜버가 추천한 빈티지한 느낌의 진주 목걸이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액세서리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재질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알레르기 반응으로 피고름이 나거나 울긋불긋하게 피부가 올라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디자인만 마음에 들면 재질 상관없이 착용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침만이라도 실버나, 도금된 소재를 찾는다. 피어싱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티타늄’ 소재도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재질로 유명하지만, 요즘은 ‘써지컬’ 재질이 더욱 인기가 많다. 변색이 적고, 알레르기로부터 안전해 많이 사용된다고 했다. 하지만 펜던트 디자인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단가는 비싼 편이다. 또 금색 써지컬은 취급하는 가게가 소수라 잘 찾아야 한다. 기자는 은색 써지컬 펜던트와 체인을 사용해서 캐주얼한 디자인의 목걸이도 만들기로 했다.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찾아 놓은 이미지와 비슷한 펜던트 부자재를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KakaoTalk_20200626_191716434.jpg 필기까지 해가며 부자재를 고르는 보기 드문 기자의 열정적인 모습. / 사진= 이예림 기자


액세서리는 보통 계절에 따라 유행을 많이 타는데 골드 색상은 주로 가을이나 겨울에,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 드는 실버나 비즈 종류가 많이 활용된다. 확실히 가게마다 내놓은 부자재들의 컬러가 형형색색 화려하거나 과감한 것들이 많았고, 뉴트로 콘셉트에 맞게 올해는 ‘비즈’로 만든 반지, 팔지도 유행하고 있었다. 탄성이 좋은 우레탄 줄에 비즈를 끼고 매듭만 잘 지으면 되는 거라 제작 난이도가 낮아 초보자들도 도전하기 좋다. 나는 진주와 실버볼, 골드볼을 사용해 조금 더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의 비즈 반지를 만들기로 했다.


담수 진주, 핵 진주, 크리스털 진주 등 진주 종류도 어찌나 많은지 진주 고르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나처럼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상가마다 제작해 놓은 반지, 귀걸이, 목걸이 등의 샘플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고민 없이 해당 부자재를 그대로 사서 제작하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동대문까지 와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순 없다

KakaoTalk_20200626_192408872.jpg 편의점으로 달려가 제일 큰 맥주 두 캔을 얼른 집어 들었다. / 사진=이예림 기자

물 마시는 것도 잊은 채 몇 시간을 돌다 보니 더운 날씨에 마른 숨기운이 마스크 안을 가득 채웠다. 허기진 배에 힘이 없어 등이 새우처럼 굽었다. 너무 더우면 입맛도 잃는다고 했던가? 밥이고 뭐고, 우선 갈증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건물을 빠져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작은 사이즈는 인심 없다며 큰 맥주를 사서 캔에 빨대를 꽂고, 안주도 없이 숨도 쉬지 않고 맥주를 쭉쭉 들이켰다. 찌릿찌릿한 맥주의 탄산이 목구멍을 자극했다. “크으으 더운 날엔 맥주가 역시 최고지!”한 캔을 게 눈 감추듯 마셔버리니 살 것만 같다. 숨을 돌리고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장에서 구매한 재료들을 체크하면서 디자인 조합도 맞춰본다. 슬슬 입이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애정 하는 노포 밥집이 있었는데 밥보다는 간단한 요깃거리가 필요했다.


KakaoTalk_20200626_192412020.jpg 동대문에 오면 으레 광장시장으로 가서 빈대떡을 먹어줘야만 할 것 같다. / 사진= 이예림 기자

부자재를 사는 것보다 더 고민했던 것 같다. 무엇을 먹어야 만족스러운 저녁 마무리가 될 것인가? 고민 끝에 육회에 소주 한 잔으로 지친 육신을 달래 주기로 했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핫플의 성지인 광장 시장으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시장 투어를 하며 낮술을 즐기고 싶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대신 빈속에 술은 위험한 거라며(이미 마신 맥주는 기억 속에서 잊힌지 오래) ‘순희네 빈대떡’으로 살짝 허한 배를 채워주기로 친구와 합의를 봤다. 기름에 튀기듯 튀겨낸 녹두전은 ‘겉바속촉’계의 원조 격이랄 만하다. 한 장에 4000원밖에 안 하는 가성비가 매우 아름답고, 함께 주는 양파 간장 절임과 함께 하면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과 양파의 상큼함에 막걸리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하지만 우리에겐 육회라는 2차 코스가 남았기 때문에 자중하기로 했다.


KakaoTalk_20200626_191843800.jpg 깃발을 든 종업원의 뒤를 따라가니 오늘 저녁 메뉴는 육회라고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만 같았다. / 사진=이예림 기자


육회 골목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그득그득하다. 제일 무난한 ‘자매 육회’에 가니 자리가 없어서 3호점으로 안내해 준다고 했다. 깃발을 든 종업원이 앞서며 우리를 안내했는데, ‘나 오늘 육회 먹어요’라고 만천하에 자랑하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육회를 먹으러 한국으로 관광 온 중국인인 줄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육회와 소주를 주문하자마자 소고기뭇국이 서비스로 나왔다. 신이 난 친구는 소주 병을 돌려 회오리를 만들었다. 시원한 소주 한 잔과 담백하게 간이 된 육회가 찰지게 입에 붙었다.



가내 수공업으로 액세서리를 얻고, 성질을 버리다

KakaoTalk_20200601_145657648_03.jpg 비즈는 염불 외우듯이 참선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끼워주면 정신 수양에도 도움이 된다. / 사진=이예림 기자


다음날 카페에서 친구와 만나 액세서리 만들기에 돌입했다. 미리 조합해 놓은 귀걸이 부자재들을 ‘오링’이라는 연결 부자재를 사용해서 연결해 완성한다. 목걸이도 원하는 길이에 맞춰 체인을 잘라내고 펜던트와 잠금 고리를 연결만 해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비즈나 진주 낱알을 꿰어 만드는 비즈 반지와 목걸이였다. 반지를 마무리할 땐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접착제로 마감해 묶거나 누름 볼이라는 비즈를 사용해 끈이 풀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두 부자재를 모두 잊고 안 사온 결과는 참혹했다. 꿴 비즈 줄을 묶다가 매듭이 풀려 빠진 비즈를 다시 엮기를 수차례. 얼굴이 점점 굳어지며 인내심에 한계가 올라왔다. 콩알보다 더 작은 비즈들을 하나하나 실에 꿰고 있자니, 눈이 침침해지고 목이 아파졌다. 돈 주고 묵언 수행을 하는 느낌이랄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을 하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져 왔지만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비즈는 우레탄 줄을 벗어나 커피숍 바닥을 나뒹굴었다. 한 다섯 번 이상 같은 패턴이 반복되니 하마터면 커피숍에서 괴성을 지를 뻔했다. 입을 틀어막고, 애꿎은 허벅지만 퍽퍽 쳐댔다. 결국, 부족한 부자재를 다시 구매하고 나서야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쉬운 것을. 꼭 놓치는 부자재가 없는지 잘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반지를 만드는데 탄력이 붙으니 인형 눈알을 붙이는 부업을 하는 것처럼 완성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진주 목걸이는 각기 다른 크기의 진주 세 종류를 합쳐서 만들었는데, 소재가 진주라 클래식한 룩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벼운 니트나 셔츠 위에 착용하니 포인트도 되고 캐주얼 한 분위기에도 제법 잘 어울렸다. 모티브로 했던 시판용 진주 목걸이 가격이 6만원대인걸 감안하면 1만5000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반지, 목걸이, 팔찌까지 만들고도 재료가 넉넉히 남았으니, 액세서리 판매 마진이 높다고 한 이유를 새삼 알게 됐다. 매번 시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 시장 분위기와 부자재 가격을 얼추 파악했다면, 온라인 몰에서 직접 주문도 가능하다. 택배비가 추가로 들긴 하지만, 왕복 교통비와 발품 파는 시간을 따지면 온라인 쇼핑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이 넘쳐 머리가 복잡할 때 한 번 집중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킬링 타임용 가내 수공업 덕분에 액세서리 부자가 됐다. 아침마다 어떤 액세서리가 더 잘 어울릴까 고민했던 일거리가 조금은 줄었다. 화려하거나 유니크한 고난이도 디자인은 구매하고, 데일리로 착용하기 좋은 심플한 디자인들은 직접 재료를 사다가 제작을 해도 좋은 취미가 될 것 같다.



셀프는 '노가다', 추억은 쌓인다

KakaoTalk_20200601_145657648_04.jpg 직접 만든 귀걸이와 비즈 반지 / 사진=이예림 기자


돌이켜 보면 셀프로 무언가를 만들 때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재료들을 어떻게 믹스 매치할 것인지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 시장을 자유롭게 활보할 체력과 에너지가 필수라는 점, 사야 할 것만 빠르게 사고 나올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점. 기자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우와 이것도 이뻐!” “저것도 이뻐!”를 남발하다가는 불필요한 부자재 구매에 돈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교훈도 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액세서리가 동대문과 남대문을 통해 유통되니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저렴한 가격에 액세서리도 득템하고, 광장시장이나 을지로 골목에서 노가리에 맥주 한잔이면 완벽한 소확행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이예림 dt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