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렌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타임즈W Aug 03. 2020

[W렌즈 슬기로운 음주 생활④] 뒤끝 작렬하는 숙취!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 술은 직장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때로는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과도한 음주나 강압적인 회식 문화로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직장인과 술의 관계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회식이나 점심 회식 문화가 생겨났고 집 혹은 바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들이 늘어난 것.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는 코로나19로 달라진 회식 문화와 프로 직장인의 이색 숙취 해소법,  맛깔나게 혼술을 즐기는 이색 안주, 주당들과 함께해도 꿀리지 않는 논 알코올 음료까지 슬기로운 음주 생활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대학생 때는 젊음을 무기 삼아 일주일에 5일을 술을 마셨다. 넘치는 과제에 치이면 한잔하고, 과제 아이디어가 안 풀리면 뇌를 말랑하게 해줘야 한다며 한잔하고, 과제가 없는 날은 쾌재를 부르며 또 한잔했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없던 이유도 만들어 냈다. 좁은 자취방에 빙 둘러앉아 새우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서도 그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졸업 후 입사한 회사의 첫 회식은 놀라웠다. 주머니가 가난했던 학생 때의 부실한 안주들이 고급 참치 회, 소고기로 탈바꿈됐다. ‘법카’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이것이 진정한 ‘으른’들의 세계구나 싶었다. 그렇게 신이 난 채 새우깡으로 단련된 신입의 패기를 뽐냈다가 다음날은 반쯤 死한 상태로 출근을 하곤 했다. 구질구질하게 뒤끝 작렬한 숙취 덕분에 생존 본능이 자연스레 발동했다. 그렇게 난 숙취해소제 마니아로 다시 태어났다. 


숙취해소제 마니아의 탄생

기자가 애용하는 숙취해소제. / 사진=이예림 기자

숙취해소제 시장의 규모가 약 3000억대라고 한다. 음료는 물론, 환약, 스틱, 젤리 등 출시되는 제품군도 다양하다. ‘오늘 왠지 달리겠는걸?’이라는 촉이 오면 자동으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숙취해소제를 집는 나를 발견한다. 음주 시작 전 한 병, 완주 후 한 병, 보통 두 병이면 족하지만, 내일이 두려운 느낌이 싸하게 들 땐 음주 중간에도 숙취해소제를 마셔준다. 과하다 싶은 숙취해소제 사랑에 이쯤 되면 숙취해소제 회사에서 상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깟 술 안 마셔도 그만인데 한 병에 최소 5000원이나 줘야 하는 비싼 음료수(?)까지 마셔가며 술을 마신다는 것이 참 어리석은 행동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상쾌한 다음 날을 위해 오늘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벨 소리만 들으면 침을 흘려 대던 플라시보 개처럼 이제 나는 숙취해소제 없는 회식이 두려운 이 바닥 호갱이다. 


개발자가 808번의 음주 후 발명했다던 한약 맛이 나는 숙취해소제는 한때 기자의 최애템이었다. 지금은 노란빛의 달콤한 맛이 나는 숙취해소제를 애용한다. 최근 탄산이 가득한 오렌지 맛 숙취해소제가 출시됐는데 맛도, 디자인도, 마케팅도 숙취해소제 시장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간이 백기를 든 탓에 편의점 제품으로도 해결이 안 될 때는 쓰린 속을 부여잡고 약국으로 간다. 섞어 마시는 간 피로회복제를 함께 주기 때문에 숙취 해소 속도가 빠른 편이다. 물론 효과는 좋지만 비싼 가격에 속이 다시 쓰려 온다는 단점이 있다. 


배보다 큰 배꼽 격인 비싼 숙취해소제가 아닌 독특한 숙취 해소법은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당연히 최고의 숙취 해소법은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겠지만 프로 직장인의 숙취 해소법이 궁금했다. 최소 내공 10년 이상 속세에서 술독에 몇 번은 들어갔다 나온 자들의 숙취 해소법을 물었다. 믿거나 말거나 재미있는 이색 해장법을 공유한다. 


프로 회식러의 이색 숙취 해소법

메스꺼운 속을 누르고 싶을 때, 까스활명수 

국민 소화제로 불리는 ‘까스활명수’. / 사진=동화약품

소화제로 유명한 까스활명수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처음 이 정보를 들었을 때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신반의하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정말이다! 몇몇 마니아들이 숙취가 심한 날 까스활명수로 숙취 해소를 하고 있었다. 숙취가 심한 날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해 놓은 까스활명수를 마시면 소화 효과 때문인지 구역감이 사라지고 속이 뻥하니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기자는 비슷한 예로 몇 년 전 일본에서 사 온 유명한 가루형 소화제(박하향이 많이 나는 용각산 느낌이다)가 숙취 해소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과음한 다음 날 사용해보니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메스꺼움이 줄었다! 신세계가 열리는 느낌이랄까? 평소 숙취해소제의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웠다면 저렴하게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단, 몇 년 전 건강 관련 매체가 말하길 까스활명수가 직접적으로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효과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할 것! 


속이 허한 그대에게, 햄버거와 피자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벽을 보호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매운맛!’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대부분의 한국인은 과음한 다음 날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간 뜨겁고 매콤한 국물로 해장을 대신하곤 한다. 하지만 알코올로 인해 손상된 위와 장의 점막에 맵고 뜨거운 음식은 자극적일 뿐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되도록 맑고, 자극적이지 않은 해장국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반면 해장국 문화가 없는 외국의 경우 피자나 햄버거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으로 해장을 대신하는데 손상된 위벽을 기름진 음식으로 부드럽게 감싸주고 음주 후 속이 허한 느낌을 포만감으로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자는 한때 과음한 다음 날 아침이면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아침부터 삼겹살이라니 여자 강호동이 된 느낌이었지만 속이 허할 땐 ‘넘의 살’이 최고긴 하다. 이처럼 기름진 음식이 해장에 도움이 되지만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특히 피자에 올라간 치즈의 산성 성분은 위에 자극이 될 수 있고, 기름진 성분이 소화 기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알코올이 몸에 천천히 흡수돼 빨리 취하는 것을 막고 싶다면 음주 전에 피자나 햄버거를 먹는 것이 좋다.

 

타는 목마름을 잠재워주는 이온 음료 

체내에 수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온 음료. / 사진=코카콜라 홈페이지 캡처

불태웠던 지난밤을 뒤로한 다음 날 타는 갈증에 생명수를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결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몸속의 알코올을 희석하기 위해 수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온 음료를 마셔주면 탈수 증상을 막고, 담즙의 분비를 도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꼭 술을 마신 다음 날 음료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온 음료를 술과 함께 섭취하면 알코올의 흡수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빠르게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온 음료와 더불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코코넛 워터’ 또한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머릿속에 기억해 두자. 


달콤한 슈크림 빵 

계란의 노른자 성분은 술 해독에 도움을 준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유명했던 어느 남자 탤런트는 술을 마시기 전에 꼭 날계란을 먹는다고 했다. 계란의 아미노산 성분이 알코올이 남긴 독소를 제거해 주고, 노른자는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날계란 특유의 미끈한 촉감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날계란이 역하다 싶을 때는 달콤한 슈크림 빵이나 계란 프라이를 먹음으로써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슈크림 빵 크림의 주재료로 노른자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계란 프라이는 완전히 익히는 것보다는 반숙으로 조리해 먹는 것이 효과에 좋다. 


천국행 히든 티켓, 수액 주사 

포도당 수액은 빠른 술 해독과 체력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침대에 누워 지옥을 헤매고 있다면 당장 병원으로 기어가라! 우리가 알고 있는 링거 한 방이면 지옥에서 천국을 맛볼 것이다. 수액에는 포도당뿐 아니라 수분, 나트륨, 전해질 등 숙취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수액은 혈관을 통해 직접 주입되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빠르게 영양 보충과 숙취를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신 수액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당뇨환자의 경우 당 수치가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하자.




데일리타임즈W 이예림 기자 dtnews1@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W렌즈 슬기로운 음주 생활③] 알쓰와 주당의 무알코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