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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와이 Sep 02. 2019

엄마라는 이름 (시)

외딴 버스 정류장

여자가 우두커니 앉아 있다
저 언덕 넘어에 해가 나 있다 말을 들어
같이 갈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



기다림은 길었다
지치니 누워야 했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다,
기도하다,
잠깐 졸다가,
그러면 곁에 네가 와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은 쪼르르 외로이 채워졌다
고요함이 하늘을 찢어 견디기 어렵도록
길기도 했다
남들이 탄 버스는 벌써 몇 번을
법석을 떨며 나타났다가
매연을 튀기고 가 버렸다



네가 오지 않으니 힘들다
누워 말하는 여자
곧 눈물이 굴렀지만 금세 말라 버린다
간지럽히는 살랑 바람도 싫다
여자는 찡그린다
모르는 사이 찾아 온
대신 슬픈 감정만이 배 깊은 곳에
오래간 머물러 떠날 줄 모른다



여자는 자기 배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깊은 곳
숨어들 듯 찾아 온 너를 느꼈다



눈을 감으니 너는
몸을 따뜻하게 둘러 감았다
어지러웠다 네가 건네는 인사



엄마는 그제야 미소 짓는다
그리고 그저 잠시 기다렸다는 듯
자기 배에 대고 속삭인다



고맙다
사랑한다
너를 품어서
너의 엄마여서
나는 너무 기쁘다




* 아내가 힘들게 힘들게 둘째를 가졌습니다. 태명은 '사랑이'입니다. 현재 24주, 안정적입니다

* 2020년 5월 현재, 무탈하게 태어나 잘 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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