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공부한 게 거의 2년 전쯤이었으니 저 말이 내 나름의 좌우명(?) 비슷한 게 된 것도 그 정도 됐다. '무적야 무막야'로 발음하는 저 한자의 뜻은 쉽게 풀면 이렇다.
꼭 그래야 할 일도, 그러지 말아야(않아야) 할 일도 없다.
얼마 많이 살아본 건 아니지만, 내가 경험하는 나의 삶이 꼭 원하는 대로 펼쳐져야만 좋은 것도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때그때의 판단을 유보하자는 차원으로 간직하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좌우명은 지향점이지 나 자신에게 체화된 건 아니라서 꼭 이렇게 되어야만 했나 싶은 순간에는 나도 잘 흔들린다. 지금이 그렇다. 나는 올해 중순부터 꽤 규모가 있는 정부 사업을 따내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 AI도 그때부터 공부하게 됐고, 사업계획서를 몇 차례나 갈아엎으면서 밤을 새기도 하며 갖은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첫 심사에서 떨어지고 재도전까지 가게 되면서 3개월을 장장 끌려다니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하면서도 웃지 못하는 상태였다. 길었던 시간 끝에 내가 받은 결과는 탈락이었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하며 즐겁게 일하던 난데 그냥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일찍 퇴근을 했다. 무적야 무막야, 꼭 내가 저 사업을 수주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수주를 못 한 게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건 다른 문제다.
전에 다니던 스타트업의 런웨이가 끝나간다는 얘길 들었을 때도 나는 3개월간 우울감 속에 생활을 했다. 살아남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했고, 더 많은 작업물을 만들어냈다. 발악을 했지만 런웨이는 끝났고, 대표와 CTO만 남아 사업이 겨우 유지됐다. 지금 그 회사는 투자를 받아 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때 마지막으로 함께 발버둥 친 이후엔 나는 맡은 미디어만 바라보고 있는 마케터에서 사업 전체를 개괄할 수 있는 사업개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의 어려움은 성장통으로 해석된다.
지금의 상황도 성장통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정부 사업을 따낸다는 가정 하에 들여온 인력과 계획들을 실행할 수 없게 된 지금, 나는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까?
나는 사업을 웃으면서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부럽다. 꼭 그래야만 하는 일들로 사업 목표를 꾸려나가면서 매번의 실패에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
논어의 저 구절은 6개 문자로 끝나지 않는다. 전체 문장은 이렇다.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자왈 군자지어천하야 무적야 무막야 의지여비)
공자가 말하길, 군자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그래야 할 일도 없고, 그러지 말아야(않아야) 할 일 도 없이 그저 올바르게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