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mi Lee May 28. 2017

3년 만에 1억을 모았다

첫 월급 100만 원으로 시작한, 더 벌고 안 쓰고 저축하기 프로젝트


  서른 살이 되던 해에 통장에 1억을 찍었다. 요즘 1억이라고 하면 전세금에도 못 미치는 귀여운 금액일 수도 있지만, 0원에서 100만 원, 1000만 원, 1억까지 한 계단씩 오르는 과정은 과연 쉽지 않았다. 일을 하는 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투잡 쓰리잡을 마다 하지 않았다. 나의 20대의 포커스는 온통 통장잔고 불리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근검절약을 넘어 자린고비 정신으로 살며, 또래 친구들처럼 멋 부릴 줄도 모르고 화장품 하나 모으지 못하며 가장 가난한 처지를 자처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왜 그렇게 쉼 없이 달렸는지 묻는다. 매사에 워커홀릭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나는, 사실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진심으로 즐겁긴 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도 지독하게 돈을 모았던 가장 절실한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나의 가족 때문이었다.  

  

  나의 첫 번째 키워드는 일도 돈도 아닌 바로 가족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사셨는가를 봐 왔기 때문에 나 역시 똑같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금수저 은수저도 아니지만 흙수저도 아니다. 많은 유산보다 훨씬 더 값진 열정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회사의 월급만으로는 딸 둘을 욕심껏 공부시키지 못할 것이라 미리 걱정하며 우리가 어릴 적부터 투잡 쓰리잡을 가리지 않고 하셨다. 일을 시작하고 돈이라는 것을 모아 가면서 문득 돌이켜 보니 어릴 때 보아 왔던 그런 성실하고 억척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내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렸던 우리들에게는 그 생활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억이었다. 아빠는 회사를 다니면서 늘 새로운 일을 벌이셨고, 엄마는 아빠의 사업에 언제나 동참하셨다. 아직 어린아이이던 시절, 집에 아무도 없는 텅 빈 느낌이란 정말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유치원에서 울며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아무도 없는 썰렁한 집은 참 들어오기 싫은 곳이었다. 부모님이 함께해 주지 못한 이유는 하나였다. 꿈과 커리어가 아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랬기에 부모님이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을 우리도 이해해야만 했고 묵묵히 견뎌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편함을 많이 감수해야 하는 가족이 된다는 것도 이 시절 피부로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내가 엄마가 되면, 적어도 돈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떻게 해야 나중에 내 가족을 배 곯리지 않을까 하는 구체적인 ‘돈 벌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 날의 시간을 모두 돈으로 바꿔 먹었다. 지금 한 번만 고생하면 나중에는 돈이 돈을 부를 줄 알았기에, 한 번만 작정하고 돈과의 결판을 내면, 돈에 휘둘리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될 줄 알았기에.

  예상했던 대로 인생에 첩경은 없었다. 누구는 한 방에 인생 역전을 했다지만 나에게는 그런 행운 대신 노력에 대한 정직한 결과만 주어질 뿐이었다. 수많은 재테크 서적에 비법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어디 비법 하나로 짠 하고 많은 것이 바뀔 만큼 인생이 그리 녹록하던가.

  이 악물고 닥치는 대로 더 벌었다. 회사를 다니며 쇼핑몰을 시작했고 하나의 쇼핑몰을 운영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자 국내 오픈마켓에 모두 입점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이베이, 큐텐, 아마존까지 모조리 손을 뻗쳤다. 틈틈이 강의를 했고, 글을 썼고, 남는 방으로 에어비앤비 운영을 하며, 스톡 사진작가로, 블로거로,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였다. 그랬더니 돈이 모였다. 모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돈을 쓸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스물일곱부터 서른 살 까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1억을 모았고 서른 살부터 서른세 살 까지는 종종 부모님께 백 만원 씩 용돈을 드리는 호기를 부리며 1억을 더 모았고, 지금은 가끔 일 하는 시간에 땡땡이를 치는 여유를 부리며 또 다른 1억을 모으는 중이다.

  이렇게 돈을 버는 훈련을 한 번 해 보았더니 내 인생에 대한 자신이 조금 붙었다. 집안에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부모님이 나를 의지할 수 있게 되었고, ‘당장 다음 달 카드값 어떻게 할까’와 같은 급한 고민이 사라졌으며,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긴다고 해도 다시 맨땅에 헤딩할 깜냥과 맷집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난리를 치르고 겨우 1억을 모은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 조차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큰 부자가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돈과 처음 마주하며 기싸움을 해서 최소한 1라운드는 이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을 잃지 않을 수 있고 돈 보다 소중한 시간을 버리지 않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그래도 한 번 이긴 감으로 마지막 라운드까지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면 돈에 인생을 저당 잡히는 대신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번뿐인 나의 인생 나의 젊은 시절, 모든 선택의 중심은 돈이 아닌 내가 되어야 한다. 인생의 수많은 라운드   라운드를 이기고 들어간다는 . 20대에 돈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돈과   붙어봄직한 이유다.  



https://youtu.be/sYCnqx5IxiE


https://youtu.be/SkYKtdo5Ei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