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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mi Lee Apr 07. 2024

미혼으로 혼자 사는 것, 괜찮은가요?


 결혼은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아이는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내 마음가짐이다. 미혼으로 혼자 시골에 사는 여자로, 어쩌면 도시가 아닌 시골에 사는 이유로 지인들이 더 나의 안부를 심상치 않게 묻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심심하지 않은지 외롭지 않은지. 아마 앞서 쓴 글들이 증명을 하는 것 같기도 하는데 내 생활은 몹시 바쁘고 행복하다. 뭐 그걸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노력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내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간관계다. 관계에 대한 것에 특별한 노력 없이 산다. 인간관계는 노력이라기보다는 진심을 다하되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여기 때문이다. 애인이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친구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냥 잘해주고 잘해준 것은 잊어버리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람 관계에 애걸복걸 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 독립적인 인간이라 그렇게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변화가 두렵지 않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큰 뜻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아마 평생 혼자 살아도 큰 탈이 없을 것 같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많이 두는 것 같다. 물론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은 정말 소중하다. 하지만 나는 관계보다는 성취에 조금 더 집착하는 류의 인간이다. 함께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낼 사람이 없어도 문제없지만 주기적으로 목표한 것을 성취를 하지 못하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목표를 위해 몇 날 며칠을 밤새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몰두하는 것에 중독처럼 빠져 있다. 그래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집중하거나, 글을 써서 완성하는 따위의 일을 끊임없이 찾아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뭐 하러 그렇게 일을 만들며 사냐고 묻지만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에 반해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일은 몹시 버겁다. 남자친구가 삐지면 풀어줘야 하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놀러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서로를 알아보고 맞추는 일은 새로운 소재의 소설을 써서 상을 받는 일만큼이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나중에 늙으면 혼자 외로울지 모른다고 하나, 그것은 현재 누군가 있어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하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에 의지하거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고 상대방을 보듬어줄 수 있는 여유만 가진다면 언제든 누굴 만나도 좋은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 권을 너끈히 묶어낼 만큼의 많은 양을 썼음에도 굉장히 독립적으로 부모님을 사랑한다. 부모님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지 나를 위한 부모님의 존재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부모님에게 각자 서로 새로운 애인이 생긴다면?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쿨하게 지지해 드릴 것 같다. 몇십 년을 단 한 사람과 함께 힘들 때도 자식들만 바라보며 누군가의 부모로 살던 부모님에게,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설렘과 떨림을 주는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신비롭고 가슴 뛰는 일이겠는가. 만일 아빠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엄마가 상처받지 않도록, 엄마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빠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내가 중간에서 역할을 최대한 잘할 것이다. 뭐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가 상상하는 판타지 같은 일 없이 아직까진 두 분이 주말마다 등산도 열심히 가시고 여행도 다니시며 잘 지내고 계신다.     

 혹시 이런 다소 극단적인 내 성격이, 아무도 없이 살아도 행복하다고 하는 내 마음이 사람들에 대한 상처를 받거나 실망을 해서 그런 건 아닌지 자문해 본 적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인간에 대한 실망이라곤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건 누구에게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나는 예민한 편이라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대해 상처도 쉽게 받는다. 하지만 또 그럴 때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저 사람은 정말 나에게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세뇌시키며 다독인다. 그래서 마음을 깊게 주는 사람이 많이 없고 어쩌면 다소 오피셜 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 곁에 백 프로 쉽게 다가서지 못하도록 장벽을 치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나쁠 게 뭐란 말인가. 혼자 온 마음을 다 주었다가 혼자 상처받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그렇게 경험해 가며 배워 가며 세상을 사는 법을 알아버린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혼자 사는 게 별로 두렵지 않다. 외로움이 두렵다고 혼자 살지 않는 것은 결혼으로 종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아야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형태로 결합되어 있는 관계가 언제 끊어져도 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다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영원히 함께 살자고 했다가 사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족들도 한 명씩 헤어질 때가 있는 것이고 친구들도 하나씩 헤어질 날이 올 것이다. 사랑하는 동물들도 나보다 먼저들 갈 존재들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것에 대해 의연하게 준비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함께 있을 때 더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푹 빠져 1인칭 시점으로 보는 것이 아닌 어쩌면 전지적 시점에서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해주고 혼자 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일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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