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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mi Lee Sep 24. 2017

성공하기까지의 그 중간 과정이 궁금하다?

  책을 낸 후 후기를 검색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어떻게 돈을 벌게 되었는지 디테일이 나와 있지 않아 아쉽다고. 어떻게 일정 궤도에 오르게 되었는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특별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실전은, 특별한 방법으로 한 방에 완성하는 것이 아닌, 똑같은 일을 무한반복을 한 결과일 뿐이다. 다음 글을 읽어보자.





  ‘예전부터 꾹꾹 눌러왔던 무술에 대한 열정 덕분인지 비교적 빨리 전국대회 순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운동에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달리기나 줄넘기 같은 기초 운동은 싫어했고, 체육시간에 피구와 발야구를 잘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다만 유연성과 하체 힘이 좋았고 우슈의 ‘태극권’이라는, 경쟁률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노리고 남들보다 연습을 많이 했을 뿐이다.’ 

<서른 살, 나에게도 1억이 모였다 본문 중>





  윗글 중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유연성과 하체 힘이 좋아서? 경쟁률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아서? 물론 도움이 되었겠지만, 포인트는 바로 남들보다 연습을 많이 했다는 저 한 줄이다.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만 했다. 눈을 뜨고 있는 시간 동안은 걷는 대신 뛰어서라도 ‘병적으로’ 근육을 움직였다. 꿈에서도 연습을 했고 깨어 있을 때도 24시간 내내 무술 동작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연습을 많이 했다는 저 말속에는 정말 많은 반복 연습이 포함되어 있다. 온 힘을 하나에만 몰두했더니 정말 모든 것이 내 편이 된 것처럼 운이 따라 주었다. 이렇게 '피똥 싸게' 열심히 했는데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것도 참 이상한 일 아닌가.

  창업도 마찬가지였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운동을 했던 것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을 했다. 사실 운동 역시 좋은 코치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내 몸의 근육의 쓰임을 찾아가는 시간이 가장 필요한 것 아닌가. 물론 코치는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다. 반동을 쓰고 몸의 회전축을 이용하여  최대한 빠르게 높이 뛰어 540도 발차기를 하고 착지를 하라고. 하지만 그 말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무한반복 완성할 때까지 스스로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창업에 대한 진리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많이 팔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켜 주면 된다. 누가 말은 못 하나? 관건은 실행력이다. 또한 창업이기 때문에, 운동보다 더욱 창의적이어야 했다. 앞서 성공한 많은 사장님들의 성공 스토리가 자극이 되어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똑같이 따라 할 수도 없고 가르쳐줄 수도 없는 것이 창업이다. 가맹점 사업으로 그렇게 많이 도산하는 것을 보는데도, 또다시 ‘모든 것은 본사가 도와 드립니다’ 하는 문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창업설명회를 듣는다. 한 번도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한방에 성공하려고 하는 마음도 사실 너무 거저먹으려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짜증 나는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인생의 정답이 없는 것처럼 창업의 정답이 없는 것이다. 사장님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일인데 어떻게 누가 가르쳐줄 수 있으며 배운 대로 하기만 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특히 첫 사업이라면 걸음마 연습할 때를 생각하며 겸손해져야 한다. 무릎 한 번 까지지 않고서 안정적으로 걸을 수 없다. 또한 걷지 않고 바로 뛰는 아이라니, 너무 무섭지 않나.


  그래서 내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었냐면 미친 듯이 상품을 물색했다. 쌍절곤으로 시작하여 체육용품, 발레용품, 유아용품, 핸드폰 액세서리, 여성의류, 인테리어, 문구류… 돌이켜보니 손을 대어 보지 않은 카테고리가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이 드는 종목으로, 도매거래처가 구해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인터넷에 올렸다. 정말 많은 상품등록을 반복했다. 수천 개의 상품을 지마켓, 옥션, 인터파크, 11번가, 스토어팜, 개인 쇼핑몰, 이베이, 아마존, 큐텐, 라자다, 심지어 헬로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에도 올려 팔리지 않는 제품 떨이를 했다. 이렇게 여러 곳에 여러 상품을 올리는데 또한 어떻게 팔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감을 잡았다. "아, 이 품목은 마진이 적구나." "아, 이 품목은 손이 너무 많이 가네." "아, 이 품목은 손님 클레임이 심하구나." 창업에 이론과 실전의 비중을 따진다면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는 실전이 우선이다. 그 후에 이론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해 보니 알겠다. 이제 어떤 품목이 나와 딱 맞는지. 그러면 그런 제품은 제작을 하기도 하고 완사입을 하기도 한다. 내 경우는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역시나 체육용품이 효자였다. 유아용품은 어렵더라. 애가 없으니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특별한 제품이라면 누구에게나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그릇이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 반복 무한반복을 했다. 보통 사람들이 판매 과정을 배운 후에 상품 한 열 개 등록해보고 안 팔리네 하고 돌아선다. 인터넷에 얼마나 수없는 사람들이 상품을 올리는가. 해운대 백사장에 있는 모래알 열 개와 같이 미미하게 상품을 등록하니 당연히 반응이 없는 게 아닌가. 대학원 다니던 시절과 첫 직장을 잡았던 그 시절, 하루에 두 시간씩 자며 미친 듯이 상품을 올렸다. 바빠서 못 올리는 것은 마음이 없는 것 아닌가. 나는 마음이 급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일을 하며 오 년을 하기보다, 하루에 열 시간씩 일을 하며 일 년 안에 '빡세게' 자리를 잡고 싶었다. 내가 제대로 하는 건지, 이 제품이 팔리는 건지 졸음 속에 헷갈리면서도 관성을 따라 움직였다. 컴퓨터를 켜면 네이버 메인 화면 따위에는 일체 들어가지 않았다. 판매 화면을 켜고 상품페이지들과 씨름을 했다. 그랬더니 일주일에 한 개 팔리던 것이 일주일에 세 개로, 하루에 한 개 팔리던 것이 하루에 다섯 개로, 열 개로, 스무 개로 점점 상향곡선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판매가 활성화되자 나와 맞지 않는 힘든 제품은 정리를 하게 되고 내가 팔만한 제품만 선별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택한 제품에 집중을 하게 되고 마케팅과 홍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제품만 정해지면, 잘 팔리는 제품만 있으면 뭔들 못하랴.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몰라 헤매는 것인데,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몸빵'을 뛰어야 한다.


햐, 오버하고 싶지 않았는데, “열심히 했습니다” 한 마디로 와 닿지 않는 것 같아 이야기가 길어졌다. 

“교과서를 보고 공부했어요.” 하는 말이 과장인 줄 알고 믿지 않으려 하는가. 교과서도 아직 씹어먹지 못할 정도인데 자꾸 족집게 과외나 좋은 참고서만 타령하니 일등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 아닌가. 반복적인 기본기를 잘 닦아 놓으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10층짜리 건물보다 100층짜리 건물을 짓는데 기본 공사가 더욱 탄탄해지니 너무 지름길만 탐내지 말고 한 번 몸으로 부딪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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