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대면하여 만나 봄
2019. 7. 26. 1:58의 기록
1미터가 채 안되는 테이블 만큼의 간격을 유지한 채 얼굴을 맞대고 앉는다.
어색한 통성명 후 이쪽에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내 잘 준비된 답변이 돌아온다. 베트남어에서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그 내용들이란게 어쩐지 두루뭉술하고 무디다. 마찬가지로 내 질문이 맞은편 이에게 잘 당도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면접자의 말투나 혹은 자주 사용하는 단어 같은 것 역시 궁금한데 알 길이 없다. 베트남어를 거의 못알아들으니 통역해주시는 분에 따라 면접의 난이도는 확-확- 변한다.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경험을 떠올리면, 인터뷰 경험이 없으셨던 통역자분과 함께한 날이다. 왜 음식 사진을 찍고 싶은가 류의 질문에 면접자가 열심히, 그리고 한참 답변 했다. 그리고 곧 ‘저는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을 찍어요’ 라는 짧고 머리 띵-한 답변을 들었다. 통역자 분이 임의로 요약 혹은 축약하신 거다. 흠, 한국어로 변역될 표현을 잘 모르셨을 수도 있겠다. 혹은 중요한 말만 요약하려다 그런 걸까? 싶으면서도 면접이라는 상황을 놓고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나의 대안책으로는 말하는 얼굴, 손짓, 눈의 방향 같은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있다. 표정이나 눈빛이라도 곁들여 가며 애써 정보로 만들어 보는 거다. 면접중엔 늘 고개를 뺀 모양으로 들여다 보기 바쁘다. 어떤 면접자들은 열심히 지켜보는 내 눈빛을 느끼면 이 쪽으로 눈을 간간이 마주치며 답변 하고, 전혀 느끼지 못한채 혹은 무시한 채 통역자와만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면접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에게 호감이 간다. 어쨌거나 그러기를 열 몇 번 반복하면, 머릿속에 오인지 엑스인지 한 번에 떠오르기도 하고 물음표가 뜰 때도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인데 같은 언어로조차 얘기하지 않는 사람의 속은 더욱 알기 어렵다.
베트남에 와서 포토 그래퍼 구인을 위해 9번, 디자이너 구인을 위해 6번 면접을 봤다. 뭘 이런 걸 다 세어보나 싶지만 지금 대충 세어보니 그렇다. 타인을 판단하는 일은 몹시 불필요한 일이지만 회사에선 여기저기 꼭 필요한 일중 하나다. 그렇다면야 잘해내고 싶고, 그를 통해 좋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최근에 본 심리학 책에서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별하는 것이 ‘귀인 오류’를 저지르는 일이라 했다. 인간의 습대로 모든 걸 고정관념과 익숙한 범주로 분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성인에 한해서’는 첫인상으로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확신과 확률이 살짝 떨어진 상태긴 해도 대체로 잘 맞는 편이라 자신한다.)
십수년 간 지어온 표정과 눈매, 입매가 만들어 놓은 얼굴이라면 첫인상이라는 정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 시간 남짓 면접자의 얼굴을 읽으며 첫인상이라는 정보를 쥔다. 통역자의 통역만으론 전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때에도 인상에서 받았던 정보를 잘 뒤섞으면 다가올 때도 있다.
심리학의 어떠한 오류를 저지르면서까지 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다음주에도 또 면접을 보러 들어갈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