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5. 4:44의 기록
요즘 한국에서 식당을 가면 99프로 이상(체감) 중국산 김치를 내어준다.
삼시 세끼를 대부분 사먹던 생활이라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밥이 나오기전 테이블에 미리 나온 개념적으로 새빨간 그 친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고된 서울 생활이 어쩐지 더 고되게 느껴졌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재료비 조로 계산되는 어느 항목 중 하나 정도로 느껴졌기 때문에.
한시간씩 줄서서 값비싼 돈을 내고 먹는 음식점들은 대개 김치나 밑반찬도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땐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어떤 요리든 고된 노동이 따르고 그 노동에 대한 대가를 잘 치르는 거니 기분도 좋다.
롯데월드 앞에 회사가 있을 때 가끔씩 가던 작은 국수집은 언제나 손수 담근 김치를 정갈하게 썰어 (마치 김치냉장고 광고에 나오는 모양으로) 내어주셨는데 그 정성스러움을 보는것도 먹는것도 좋아 정성이 고플 때 가곤 했다.
그에 비해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그 음식이 만들어져 나온 과정이 주어진 재료를 넣고 끓이고 볶으면 일정한 맛이 보장된, 마치 찍어나온 형태의 음식이라는 것을 알기에 맛있게 먹고도 마음 한켠에 지불의 아까움이 들곤 한다.
호치민에 오고는 손수라는 정성이 없어서 아쉬웠던 적은 거의 없다. 이 곳 한국 식당의 김치나 밑반찬들은 모두 직접 만든 모양새였고 반미, 쌀국수, 껌쓰언. 커피 같은 것들에 손맛이 있었다.
그럼에도 생활이 계속될수록 똑같이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요리가 떠올랐다. 완전하게 독립을 결심한 2016년 이래로는 마음이 헛헛하고 힘들 때 친한 언니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같이 밥을 먹었다. 언니가 요리하는 과정을 열심히 지켜보고 재료 손질을 돕고, 한 상 거하게 얻어 먹으면 마음이 다시 든든해졌다. 그마저도 없는 여기서는 결국 직접 요리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되는대로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요리의 좋은 점이라면.
요리를 할 땐 늘 할머니가 떠오르는 것. 그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할머니의 칼질, 양념, 할머니만의 재료 손질 같은 게 나에게 자연스레 베어있고 그 맛을 내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자주 장을 보다보니 베트남에서 나는 재료들과도 친해졌다. 같은 재료여도 한국과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양파는 껍질이 굉장히 다르다. 굉장히 단단하고 매끈하다. 오이는 대개 한국의 1/3 길이. 달랏에서 나는 아보카도는 과일처럼 수분이 많고 길-쭉하게 생겼다.
또 요리는 피드백이 맛이라 다채롭고, 성공실패를 떠나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있다. 지난한 과정을 겪어보니 요리를 해준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이 느껴진다. 소박하게 차려놓고 내가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 오롯이 충만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계속 요리 하자. (급마무리)
물론 더 먹을만 해야 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