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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이미 말해버린 영원

사는게 뭐라고 160909

by SHaSS



이미 말해버린 영원을

주워 담기 위해

갔던 길을 또 가고

씻은 손을 또 씻는다


어둠의 손가락 발가락을 밟고

집으로 오는 길

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영원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위해

사정없이 위아래로 나를 넘어뜨린다


내 손에는 이름표 몇 개가 쥐어있고

나는 왜 내가 넘어지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다 땀을 흘린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고

어느 시인이 벌써 이야기해버렸다고

나는 아쉬워했다


우리의 기억은 영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자위하려 했지만 그녀는 내 손을 때리며 말한다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고


영원하지 않은 것만을

사랑하겠다

고 나는 쓴다 이 영원하지 않을 밤에.




-(黑愛, 이미 말해버린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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